[데스크 진단] 최동일 교육부장 겸 부국장

올해는 유난히 봄 비가 자주 내린다. 얼마전에도 이른 아침부터 우리 지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적지 않은 비가 내리면서 아직도 목 말라하는 대지를 적셨다. 강수량이 부족한 봄철에 내리는 비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단비'라 불리며 환영을 받는데 올해는 너무 잦아 귀찮을 정도다. 하지만 비오는 날이 많아지면서 연초부터 계속됐던 봄 가뭄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 이처럼 적당하게 내리는 비는 여러모로 즐거운 존재지만 폭우나 장마처럼 단시일내에 너무 많이 쏟아지면 비는 순식간에 원망과 두려움의 존재가 된다.

하늘의 조화를 어찌 사람들이 다 이해할 수 있으랴마는 오랜 세월 비와 더불어 살아온 인류는 비에 대한 여러가지 의미를 찾아냈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도 그 중 하나인데 적당히 내린 비는 땅을 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되레 땅을 굳게,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고난과 어려움을 겪고 난 뒤 성장하는 모습들을 설명하는데 제격인 이 속담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고 그런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람사는 일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들어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간의 관계를 두고 말들이 많다. 어렵사리 마무리 지은 '옛 중앙초 터' 처리 문제도 그렇고, 논의가 한창 진행중인 무상급식비용 분담 문제도 그렇고, 협의가 제대로 안되면서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다 '지방교육세 전출주기 변경' 문제와 '학교용지 부담금 상환'을 둘러싼 잡음 등 양 기관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일들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조용하게 넘어가는 것이 없을 정도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이끌어가려다 보니 마찰이 생기고 이로 인해 다소 시끄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일을 하다보면 시끄럽기도 하고, 문제가 터지기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오죽하면 '시끄러운 일도, 문제도 안 생기게 하려면 아무 일도 안하면 된다'는 자책어린 비아냥이 여전히 관가에 나돌고 있을까. 일을 하다보면 그럴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갈등이 길어지고 일이 안풀리다보면 감정이 상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럴 때는 의도하지 않았어도 얼굴 맞대기가 껄끄러워질 수 밖에 없다. 공적인 관계지만 마음이 멀어지면 쉽게 풀릴 일도 꼬이기 십상이다.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은 형제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관계다. 충북이라는 지역적 기반을 함께 하며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들을 위한 행정을 펼치는 이들 기관은 서로의 분야만 다를 뿐 같은 부모를 갖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인근 충남 예산에 가면 우리에게 익숙한 옛 이야기 '농심(農心)'의 주인공 '의좋은 형제'가 살았던 마을이 있다. 서로를 위해 보탬이 되고자 애를 쓰는 아름다운 형제간의 우애를 그린 이 이야기는 모 업체의 라면 광고를 통해 우리에게 더욱 생생하게 남아있다.

충북의 형제 기관들이 '의좋은 관계'까지는 아니어도 '척지고 사는 관계'는 되지 말아야 한다. 비온 뒤에 땅이 굳기도 하지만, 너무 자주 비가 오고 많은 비가 쏟아지면 땅은 생채기를 안은 채 물러질 수 밖에 없다. 굳은 땅을 만들기 위한 양 기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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