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톡]'궤짝'을 사랑한 남자, 음성 토탈아트 설치 미술가 신종덕씨

햇사레 복숭아로 유명한 음성 감곡면. 4월 하순, 매년 이맘때 이곳 감곡면에는 곳곳이 분홍빛으로 물든다. 누가 먼저라고 말할 것도 없이 피어난 꽃망울은 어느덧 꿀벌을 불러 모으고 이내 달콤한 복숭아를 탄생시킨다.

이렇듯 자연의 신비는 우리를 작고 겸손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계바늘에 맞춰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된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저마다 느끼는 행복은 다를 수 있지만 음성군 감곡면 오궁리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토탈아트 설치 미술가인 신종덕씨(42)는 자연을 거스르기보다 자연그대로를 품고 그 속에서 작품활동을 하며 생활하고 있다. 인위적인 생활이 아닌 자연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고 있다.

◆땀 냄새 풍기던 시골소년… 설치미술가 되다= 음성군 감곡면에서 태어난 신종덕 작가는 감곡초·중학교, 음성고를 졸업했다. 음성 토박이다.

충북대 사범대 미술교육과를 나온 신 작가는 원래 서양화를 전공하며 충북미술대전 등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하는 등 촉망받는 화가 지망생이었다.

특히 충북대 93학번으로 동기들은 미술교사로 발령을 받아 교직생활을 하고 있지만 미술과 자연이 좋아 그냥 고향땅으로 되돌아 온 작가다. 고향에 돌아와 무엇인가 남기고 싶은 마음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은 햇사레 복숭아 과수원에 있는 '궤짝'에서 삶의 힌트를 얻는다.

어린시절 감곡 햇사레 복숭아 궤짝에 대한 추억속에서 정서적 교감과 창의적 교감을 얻으며 고향생각을 하게 되고 서양화 보다도 토탈아트 설치미술가로 방향을 전환했다.

설치미술을 하다보니 작업실을 이용한 '지역 어린이 미술교육'에도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농진청에서 인증한 지역 어린이 교육농장을 만들어 초등학생과 유치원생들의 일일 미술교실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신 작가의 작품들은 마을 벽화나 조형물, 감곡성당에 설치돼 있다.

신종덕 작가는 "과수원이 위치한 자연이 모두다 작업실"이라며 "자연을 통해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접목된다"고 말했다.

신 작가의 작품에는 궤짝으로 시작해서 궤짝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해 음성군 감곡면 오궁리 과수원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궤짝 하나가 바닥에 꽂혀 있다. 건물이 궤짝형태로 이루어 졌다. 주재료는 궤짝을 만들 때 사용하는 목재를 그대로 사용했고 형태도 궤짝모양 그대로를 형상화 했다.

2009년 신 작가가 3년여에 걸쳐 손수 지은 건축물이다. 이 궤짝 건물은 지금 카페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 2012년 3월 음성군은 '아름다운 건축물'로 지정하고 인증패를 수여했다.

◆마음을 비우고 내려온 고향… 자신의 공허함도 채우다= 신 작가는 지난 2001년 귀향을 선택했다. 그러나 정착하는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고향에 내려왔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어요. 당장 먹고 살기위해 미술학원을 열었지만 시골 분들은 격려가 아닌 비난에 가까운 말씀을 많이 하셨죠."

그러나 신 작가는 힘든 환경 속에서도 자신만의 미술세계를 제자들에게 전달하려고 최선을 다했고 또 제자들도 그를 잘 따라와 대학 진학도 많이 했다.

하지만 신 씨의 마음 한편에는 자신만의 에너지를 쏟고 싶은 열망이 샘솟고 있었다. 그때 우연히 바라본 복숭아 궤짝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종이 상자가 나오면서 궤짝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이 왠지 서글펐어요. 어릴 적 복숭아가 가득 담긴 궤짝을 보면 누구나 환한 미소를 지었던 것처럼 저 또한 궤짝을 본 순간 그동안 힘들고 슬펐던 마음도 비울 수 있었고 또 새로운 걸 채우고 싶은 마음도 들었거든요."

궤짝은 복숭아를 담기위해 만든 나무틀이다. 지금은 종이 상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복숭아를 수확하면 모두 나무 궤짝에 차곡차곡 담아야 했다. 때문에 나무 궤짝은 농가 수입을 가늠하는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인생 담는 공간 '궤짝'= 틀 속에 갇힌 자신의 삶이 싫었던 신 작가는 대지를 도화지 삼아 큰 궤짝을 만들기로 마음 먹었다.

"미술학원 운영과 함께 솥뚜껑, 누드자동차, 매괴성당 모형 등을 제작하면서 자신감 또한 많아 졌어요. 귀향 후 제가 얻은 선물 중 가장 큰 것은 나만의 작품을 맘껏 표현하고 제작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황막한 토지에 손수 장비를 몰아 터를 잡고 기둥을 박아 벽을 만들었다. 호기심에 여러 사람이 드나들기 시작했고 손님맞이를 하던 부인이 커피전문점 제안을 하면서 궤짝카페도 탄생했다.

"앞으로도 궤짝을 복숭아나무 사이사이에 던져놓은 듯 여럿 만들 생각이에요.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도록 멋진 휴식공간을 만들 계획입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의 눈에는 희망이 가득해 보였다. 강인함 속에도 여유가 있었고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미소도 아름다워 보였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단순한 말을 남긴 그에게서 편안함이 묻어나는 것은 이미 모든 것을 비우고 자연과 동화된 행복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서인석 / 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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