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진로체험 '네 꿈을 펼쳐라' - 충주 중원중학교 '기자의 하루'

'주뼛주뼛' 부끄러운 듯 머뭇거리는 중학생 아이들. 하지만 눈은 '초롱초롱' 궁금증이 가득한 듯 빛났다.

아이들을 만난 것은 29일 오전 9시. 중부매일에서 마련한 진로체험 '네 꿈을 펼쳐라' 커리큘럼에 참여하기 위해 저 멀리 충주에서 온 중원중학교 학생 21명이다. 오늘의 교육과정은 '기자의 하루'를 체험하는 것이다. 그것도 사회부 사건기자의 하루를 체험하게 됐다. 문득 탐험가가 꿈이었던 어린 시절 나도 저런 교육과정이 있었으면 현재의 나는 어찌 살고 있을까란 생각이 스치며 아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데스크회의와 사회부회의까지 참관한 아이들이 하루가 어떻게 펼쳐질지 모를 사건기자의 일상을 들여다보기 위해 경찰청으로 향했다. 무엇을 어찌 체험할 수 있게 해야 아이들이 기자가 되고픈 꿈을 꾸게 될지 잠시 머리가 복잡해졌다. 우선 경찰청 곳곳을 둘러봤다.

처음 찾은 곳은 충북경찰청에 마련된 기자실. "여기가 사건기자들이 머물며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곳입니다"란 소개가 끝나자 아이들이 이곳저곳 둘러본다. 기자석에 앉아보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기사 쓰는 흉내를 내기도 했다. 한 쪽에서 웬 아이가 "TV에서 나온 것과는 다르네"란 말을 내뱉는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나오는 기자실과 조금은 다르죠? 기자들도 많이 없고요. 대부분 사건기자의 하루는 새벽에 시작합니다. 4~5시 정도에 일어나 밤에 무슨 일(사건사고)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구대와 경찰서는 기본이고 병원 심지어 장례식장까지 찾아가서 여러 사건사고를 취재하고 그것을 이곳(기자실)에서 기사로 만들어 송고합니다"란 설명을 곁들이자 학생들이 신기한 듯 다시 한 번 기자실을 둘러봤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홍보실이다. 신효섭 홍보계장이 환영 인사와 함께 홍보실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이야기했다.

신 계장은 "홍보담당관실은 경찰이 하는 여러 일을 국민에게 알리는 일도 하지만, 기자들이 기사를 손쉽게 쓸 수 있도록 현장과 기자 사이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합니다"라며 홍보실의 역할을 조근조근 설명했다.

"이제 여러분은 실제 사건 취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러 갈 겁니다"라며 아이들을 경찰청 브리핑룸으로 데려갔다.

"뉴스에서 많이 보던 곳 같아요. 저기에서 경찰 아저씨가 뭐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TV에 많이 나오던데…."라며 브리핑룸을 들어서며 아이들이 아는 척을 한다. 브리핑은 지난 19일 지인을 때려 숨지게 한 상해치사 사건의 50대 용의자 검거다.

"안녕하십니까? 충북경찰청 강력계장 김철문입니다. 충주경찰서는 지난 19일 오후 10시 20분께 한 사우나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A(54)씨와 시비가 붙자 손과 발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B(56)씨를 상행치사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중략 경찰은 범행 뒤 도주해 산에 숨어 지내다 산에서 뜯은 나물을 팔러 내려온 피의자(용의자)를 잠복하던 중 검거했습니다. 이상 브리핑을 마칩니다. 질문 있으십니까?"

처음 접해보는 사건 브리핑에 아이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미리 준비한 수첩과 볼펜으로 사건 내용을 적느라 바쁘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던 김 계장이 "혹시 피의자와 피해자는 알지요?"란 질문과 함께 그 차이를 간단히 설명했다.

브리핑이 끝나고 아이들도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것을 실제로 경험해보니 마치 기자가 된 것처럼 들뜬 모습이었다.

곽은서(14)양은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워요. 기자의 하루를 보니 새벽부터 일어나 사건사고를 찾아다니고 하는 게 힘들 것 같아요. 내가 원래 생각하고 있던 기자랑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하거나 앉아서 글만 쓰는 것이 기자라고 생각했는데 사건사고를 찾아 돌아다니고 하느라 무척 힘들 것 같아요. 기자를 하게 된다면 사건기자는 너무 힘들 것 같고 연예부 기자가 돼 연예인도 직접 만나면 재밌을 것 같아요"라며 브리핑을 직접 체험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진 112종합상활실과 광역과학수사대, 교통조합관제센터 견학까지 2시간이 훌쩍 지났고 체험으로 '기자'란 꿈을 꾸게 된 아이들도 하나둘 생겼다.

안은정(14)양은 "과학수사대 체험이 가장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기자의 하루를 경험해보니 기자가 되고 싶고, (기자를) 한다면 사건사고를 다루는 사회부 기자가 재미있을 것 같아요"라며 '기자'란 꿈을 이루기 위해 첫 걸음마를 시작했다.

경찰청을 견학하고 사건기자가 취재하는 모습을 지켜본 아이들은 기사작성과 송고 그리고 편집 과정을 체험했다.

이지효 부장이 편집 과정을 설명했다. "취재기자가 기사를 쓰면 편집국장과 편집부장이 기사의 벨류(가치)를 선정해 어느 지면에 기사를 실을지 결정합니다. 중요한 기사 같으면 1면에 배치하고, 여러분이 오늘 체험한 사회부 기자가 취재한 것은 주로 3면에 배치합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 할게요. 이렇게 지면 배치가 끝나면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어리둥절해 하던 아이들 가운데 한 명이 "제목이요"라고 대답한다.

중부매일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진행하는 '네 꿈을 펼쳐라' 기자 진로체험을 마친 충주 중원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수료증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김용수

"맞습니다. 제목이 중요하죠. 편집기자가 하는 일이 기사의 핵심 내용을 잘 반영하고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제목을 다는 겁니다. 보통 '제목을 뽑는다'라고 표현하는데, 취재와 기사 작성만큼 중요한 것이 제목을 잘 뽑는겁니다. 그래야 독자에게 기사가 전달하고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릴 수 있으니까요"라며 이 부장이 편집의 중요성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취재부터 기사 작성 그리고 편집까지 '기자의 하루' 그것도 고되기로 이름난 사건기자의 하루를 체험한 아이들은 조용히 오늘 하루의 경험을 소중히 간직한 채 체험 수기를 한 줄 한줄 써 내려갔다. / 엄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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