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한인섭 정치행정부장 겸 부국장
스타검사 출신 정치인의 실정법 위반
'돈과 뗄수없는 현실'로 이해하긴 곤란
또 흉한 몰골 보인 정치판 개혁 '필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홍준표 경남지사가 결국 8일 검찰에 출두한다. 청주지검에서 시작해 6공화국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장관의 '날개'를 녹여 스타검사가 됐던 그가 피의자 신분이 된 일은 여느사건과 달리 곱씹어 볼 구석이 많다.

그는 수사가 궤도에 오르자 검찰의 허점을 적절히 공격했다.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의 언론 인터뷰 내용과 '1억을 직접 전달 했다'는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회장 진술은 검찰이 한달간 관리하며 받아낸 것이라 증거력을 지닐 수 없다"며 여론전에 나섰다. 그는 "성 전 회장의 유효한 진술은 '생활이 어려워 윤 전 부회장에게 1억원을 줬다는 것외에는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자 검찰 안팎에서는 '흙탕물을 튀겨 물고기를 숨기려는 기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진주의료원 폐쇄와 무상급식 중단과 같은 특유의 호기를 부렸던 홍 지사답게 '창'대신 '방패'로 공격한 것이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홍 지사가 연일 도마에 오르자 청주지검 시절 일화도 회자되고 있다. 그는 초임검사 시절 '영원한 갑' 법관들에조차 강골기질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무죄 판결된 자신의 사건이 항소심에서 유죄로 번복되자 판사실에 들이닥쳐 "그 사건 유죄 나왔다"며 무안을 줬다고 한다. 1985년 일이다. 판사시보로 상황을 목격했던 한 법조인은 "요즘 검찰·법원 위상을 고려하면 상상 할 수없는 일이지만, 당시에도 홍준표나 가능했던 일"이라고 촌평했다.

그가 정치입문 직전 쓴 회고록 '홍검사 당신 지금 실수하는 거요(1995년 刊)'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 질만하다. 그는 괴산군 공무원들의 증평읍 국유지 매각사건을 수사해 재무과장과 재무계장을 구속했다. 30년 공직생활이 물거품이 될 것을 우려한 공무원이 끝까지 부인하자 그는 "무죄를 받으면 내가 옷을 벗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그도 이 대목에서는 "만용에 가까웠다"고 회고했다. 호기라 여길 수 있지만, 유·무죄에 천착할 수 밖에 없는 검사였던 것이다.

검사 홍준표는 1993년 4월 무렵 권력의 비호를 받은 조폭이 운영했던 슬롯머신 수사로 대중적 명성을 얻었다. 그는 해(노태우 대통령)와 달에 비유될 정도였던 박철언과 현직 이건개 고검장 등을 구속했다. 이 때 그는 박철언을 '이카로스의 날개'에 비유하며 호기를 부렸다. 이카로스 이야기는 발명가인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만들어 준 날개가 밀랍으로 접착된 걸 모른채 태양을 향해 날다 녹아 최후를 맞았다는 그리스 신화이다.

권력의 정점에 오른 그의 '날개'도 이제 시험대에 오른다. 검찰 수사와 반론을 정리하면 홍 지사도 '돈과 정치'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공교롭게 정치인 홍준표를 만든 '동력'이 된 박철언은 모두 검사 출신이다.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것도 유사하다. 어떤 정치인보다 자신의 행위를 실정법에 견주어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도 그렇다.

홍 지사와 박철언 전 장관의 편을 든다면 실정법의 '무게'를 잘아는 검사출신조차 돈에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정치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이 통용될 시대는 한참 지났다. 성완종 사건을 계기로 돈에 얽힌 현실정치의 '실타래'는 또 한차례 흉한 몰골을 보였다. 정치권 개혁이 다시 화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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