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보은 장안면 '운봉서각원' 박영덕씨 가족

"서각은 역사문화의 원천이며 전달매체입니다."

'서각'이란 말이 다소 어렵게 들리지만 글씨나 그림을 나무에 새기는 것으로 고궁이나 사찰 등의 현판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서각 작품이다.

취미 삼아 시작한 조각 실력을 인정받아 서각 공예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고 자녀들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서각공예를 심취해 있는 서각 가족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보은군 장안면 오창리에서 '운봉서각원'을 운영 중인 박영덕(52)씨 가족.

박영덕씨를 비롯해 첫째 해원(24), 둘째 지원(21), 막내 성원(18) 모두 서각장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들 가족이 서각이 인원을 맺은 것은 박씨가 군 제대후인 1987년. 제대후 농사를 짓고 있던 박영덕씨는 농한기때나 비올때 딱히 할일이 없어 군대 시절 후임이 조각을 하고 있는 것이 생각나 재미삼아 틈틈히 초등학생들이 미술시간에 사용했던 '피노키오' 조각칼로 '가화만사성' 등 다양한 글씨를 나무에 새기며 시간을 보냈다.

이후 박영덕씨는 서각의 매력에 흠뻑 취했으나 혼자 힘으로 서각을 하기에는 한계를 느껴 스승인 동천 송인선 선생으로부터 서각의 기본인 양각과 음각을 새기는 방법을 4~5년 동안 버스를 타고 대전을 오가며 배웠다.

운봉 박영덕씨가 현재 운봉 서각원에 정착한 것은 지난 1996년.

당시 농림수산부에서 주관하는 농어촌 특산단지에 선정돼 지원받아 현재 운봉 서각원을 짓고 현재까지 약 20년 가까이 서각을 하고 있다.

"서각의 매력은 나무판에 글씨를 새기면서 마음을 닦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양각은 나를 남겨두고 고집를 버리는 것이며 음각은 마음의 도를 닦는 공부입니다."

운봉 박영덕씨는 서각은 외로운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배움에 끝이 없음을 강조하는 박씨는 그동안 충북 괴산 화양서원, 단양 대웅사, 영동 영두정과 상용정, 서울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등 전국 사찰과 박물관에 다수의 현판을 제작하며 나름대로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특히 박영덕씨는 각자를 하기 위해 사용하는 나무도 직접 건조하는 등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나무는 재질이 단단하고 벌레나 습기에 버티는 힘이 강한 나무를 선택하고 뒤틀림 방지를 위해 소금물에 쪄 그늘에서 말려야 하는 등 최소 5년 이상 그늘에서 건조해야하는 고난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나무를 켜는 것은 제재소에서 하고 대부분 수작업을 하고 있는 박영덕씨는 나무는 작품 종류에 따라 산벗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등을 사용하고 있는 등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건조가 된 나무는 용도에 맞게 자르고 수백번의 대패질 과정을 거쳐 현판이나 작품용으로 사용한다.

"글씨나 그림을 받은 후에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각자해야 하며 오자가 나거나 틀리면 오랜기간 준비한 나무원판을 버려야 하는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특히 박영덕씨는 원본 글씨의 필체나 느낌을 나무에 새기기 위해 서예를 비롯해 목공, 먹, 한지, 배첩, 옷칠, 조각 다양한 연계분야에 대한 깊은 공부와 노력이어서 서각이야말로 종합예술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박영덕씨는 지난해 문화재청과 한국중요무형문화재기능보존협회가 공동 주최한 '제39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훈민정음해례본(책판) 및 능화판'을 출품해 '문화재청장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슬하에 1남 2녀를 둔 박영덕씨의 자녀들도 아버지의 대를 이어 서각 및 전승공예의 맥을 잇고자 노력하고 있다.

박영덕씨의 자녀들은 어릴때부터 아버지가 서각하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서각을 접했다.

첫째 해원(24)씨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금융회사에 취직했으나 2013년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서각을 시작해 직지 세계문자서예대전 2회 입상, 전통문화대학교 전통미술 공예공모전 입상, 원주시 옻칠공예대전에서 입상했다. 또 아버지와 같이 문화재수리기능자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규장각 책판본 인출사업에 아버지와 함께 참여하는 등 평소 서각 등 전통공예 전승에 힘쓰고 있다.

둘째 딸 지원(21)씨는 직지세계문자서예대전 2회 입상, 원주시 옻칠공예대전에서 입상했으며 막내 아들 성원(18)씨도 방학 등 시간이 날 때마다 박영덕씨와 함께 서각을 익히며 각종 대회에 작품을 출품해 전통문화대학교 전통미술공예 공모전 특선1회 입선 1회에 입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고 현재 청주, 보은 오가며 배첩을 배우고 있다.

자녀들도 이같이 서각에 인정받으면서 속리축제, 동학제 등 각종 지역축제에 체험장을 운영해 서각을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지난해 훈민정음 해례본을 마무리하고 올해 훈민정음 언해본 작업을 하고 있는 박영덕씨는 훈민정음을 보면 가슴이 벅찰 정도로 감동이 온다며 앞으로 전통문화 계승을 위해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 하나하나가 자식이라는 박영덕씨. 박씨의 서각 작품은 잊혀져가는 우리 전통문화를 잇고 있다. / 박재광





경력

- 1964년 충북 보은 출생

- 1988년 서각 (각자)입문 (송인선 선생사사)

- 1996년 농어촌특산단지 지정(농림수산부) 운봉서각원설립

- 2002년 중요 무형문화재 제101호 금속활자장 이수자 (고 오국진선생 사사)

- 2001~2014년 망선루 전국 서예공모대전 입상작 25점 각자. 편액

- 2010~2014년 청주예술상 상패 각자 제작(9점) -(청주예총)

- 2001~2013년 청주향토문화상(청주문화지킴이상) 각자 제작(20점)-(청주문화원)

- 2008~2011년 보은동학제 목판인쇄 및 장승깍기 체험행사 주관 (보은문화원)

- 2004년 상현서원 현판 및 중수기 제작(충북기념물 제43호)

- 2006년 화양서원, 만동묘 현판 4종 및 기문 제작 (문화재 사적 제417호)

- 2008년 인천 가천 박물관 유가사지론 경판 2판 제작

- 2009년 수원 화성 박물관 홍재전서 륜음 목판 3판 제작

- 2010년 석보군 묘각 현판 제작 (충북문화재자료 제16호 )

사별왕릉 영사전 현판 제작 (경북 기념물 제25호)

청주직지축제 전통고인쇄문화체험 (각자부문)공개행사 (청주고인쇄박물관)

- 2011년 인천 가천 박물관.중수정화경사증류비용 본초 제17 목판 1판 제작

- 2012년 문화재수리기능자 과정 수료(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문화교육원)

문화재수리기능자 자격취득(칠공 6673호)

- 2013년 한국전통문화교육원 문화재수리기능자 과정 수료 (옻칠과정)

고창군 동학기념관 인물 목판 3판제작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

송자대전 어제서문 전통판각 시연(전 충남도청?충북대 우암연구소)

청주배첩전수교육관 궁궐 벽지용 능화지 능화판 2판 제작

- 2014년 서울대학교 규장각 준천첩 모본제작 참여

(능화판 1판, 어제어필 목판 4판 제작 및 탁본)

서울대학교 규장각 책판문화재 인출사업 주관

(책판 2판 복원 및 3책, 3첩 인출 및 장황)

청주 송상현선생 사당 및 천곡기념관 현판제작 (옻칠,금박)

2015년 세종시 초려역사공원, 갈산서원 외 현판5점 제작 (초려 이유태선생 사적)





상훈

- 2000년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서각부 장려상

대한민국 현대서예문인화대전 서예 입선

충청북도 서예대전 서예 입선

- 2007년 행정자치부장관 표창(새마을문고)

- 2009년 제34회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각자부문 입선

(문화재청 소장- 정조대왕 어필 안변 설봉산 석왕사비 목판 10판)

- 2007~2010년 직지세계문자세예대전 서각부 우수상 2회 장려상2회

- 2010년 제35회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각자부문 입선(단산별곡)

- 2011년 제36회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각자부문 입선

(조맹부 서 현각선사 송 증도가 책판 29판)

- 2012년 제37회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각자부문 특선

(문화재청소장-관세음보살42수 진언 목판11판)

원주 옻칠공예대전 장려상

_ 2014년 제39회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문화재청장상

(훈민정음 해례본 33판, 능화판)



전시

- 2008~2013년 충북불교 미술인 회원전

- 2010~2012년 대한민국 명품공예전 (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존협회)

2014년 한글과 세계문자서예동행전 (국립세종도서관)



현재활동사항

- 속리산 운봉서각원장

- 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존협회 회원

- 충북불교미술인회 부회장

- 직지세계문자세예대전 초대작가 (각자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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