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회부 기자

최근 음주운전자의 차만을 골라 교통사고를 내고 합의금을 뜯어내던 일당이 돈 욕심에 친구까지 살해하고 암매장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범행 당시 이들의 나이는 만 19세에 불과해 충격을 더하고 있다. 고작 19살 사회의 이제 막 '주민등록증에 잉크도 덜 마른 녀석들'이라고 불릴 만한 그들이 저지른 범죄는 한 편의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2~3년 전 일찍 사회에 나와서 친구가 된 이들은 음주운전 차만을 노려 고의로 사고를 낸 뒤 돈을 뜯어내는 범죄를 저질렀다. 하지만 쉽게 얻은 돈에 욕심이 커져버리면서 친구관계는 금방 깨져버리고 말았다.

6명의 친구들 중 합의금을 관리하던 구군의 돈이 탐나기 시작했던 친구 2명이 그의 통장에 들어 있는 돈을 빼앗기로 마음먹고 지난해 10월 24일 오후 그를 불러내 둔기로 머리를 때리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후 그들은 '죄책감'보다는 '완전범죄'를 꿈꾸며 사체를 청주에서 강원도 강릉의 인근 야산까지 가져가 암매장했다. 하지만 아직 증거는 남아있어 불안했던지 그들은 지난 5일 다시 강릉을 찾아 사체를 불태워 없애려고 시도했지만 굳어버린 땅 때문에 실패했다.

이처럼 그들을 잔혹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돈' 때문이었다. 보험사기를 시작한 것도, 친구의 목을 조른 것도, 모두 돈을 가져야 행복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왜곡된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철없는 '살인자'들을 만들어 낸 것은 우리 사회의 물질만능주의가 만들어 낸 자화상이라고 볼 수 있다. 40~50세를 먹고 오랜만에 벗을 만나러 동창회를 가도 외제차를 타고 나타나면 '성공했다'고 하고 돈이 없으면 나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려 드는 사회, 남들이 100만원이 넘는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데 자신은 갖지 못하면 웬지 뒤쳐지는 느낌을 받는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자라난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돈=행복=성공'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잡게 된다.

언젠가부터 돈이 곧 자존심이 됐고, 돈이 없으면 목소리가 작아지는 사회가 지속돼면서 돈이 부족해 일가족이 삶을 포기하고 목숨을 끊는가 하면, 돈을 안줘서 친형에게 총을 겨누고, 돈이 없어서 도둑질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고 있다. 이처럼 행복의 기준을 돈에 두는 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이제는 모두가 곱씹어봐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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