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박익규 부국장 겸 세종·오송주재

"부산역에서 부산 어묵을, 대전역에서 성심당 빵을 먹어보셨나요"

기차역마다 다 추억이 어리는 것도 아니고, 추억이라는 것 역시 제각각이다. 누구는 헤어짐을, 다른 누구는 만남을, 아니면 기다림을 추억으로 간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부산 어묵과 성심당 빵이 역과 함께 승객들로부터 기억되는 건 지금 시점에서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오송역에는 특별한 무엇이 있는가.

어묵과 빵을 예로 들었으니 먹거리를 보자. 오송역내는 고개만 돌리면 커피와 스낵점이 눈에 들어온다. 호두과자를 파는 매장도 있다. 천안 명물 호두과자는 이미 전국 명물이 되었으니 오송역만의 특별한 것으로 말하긴 어렵다. 청주시 수암골을 소재로 한때 인기를 누린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 등장한 서문우동의 단팥빵이라면 몰라도.

볼거리로 눈을 돌리자. 300여명은 족히 들어갈 수 있는 3층의 승객 대기실엔 대형 TV 스크린 앞에 늘 대·여섯명이 앉아있다. 이곳을 지나 오송보건의료산업타운 방면과의 연결통로의 뿌연 창밖에는 비둘기 배설물이 이곳저곳에 제멋대로 깔려져 있다. 이 또한 오송역만의 특별한 것이라 말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즐길 거리는 어떤가. 승객들중 일부는 대기실을 마다한채 그냥 의자에서 물끄러미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본다. 또는 스마트폰을 보거나 일행과 담소를 나누는 게 일주일에 서너번 역을 방문하는 기자가 본 오송역의 풍경이다.

지극히 평범한 오송역이 왜, 그리고 어떻게 특별해야 할까. 지난달 2일 호남고속철도가 개통하면서 오송역은 연일 여객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개통전 평일 하루 평균 9천명선에서 턱걸이 하던 이용객이 금세 1만명을 넘어서고 지금은 1만2천∼1만5천명을 웃돌고 있다. 주말에도 개통전 8천명선에서 개통후 1만명을 넘어섰다.

역관계자들은 오송역 이용객의 60∼70% 정도를 세종시 정부청사 공무원이나 유관 기관 종사자와 업무 관련 출장자들로 보고 있다. 10∼20%는 오송보건의료산업타운 관계자와 방문객들로 파악된다. 오송의 충북도 C&V 센터에선 대한약학회 정기 학술회의와 식품안전의 날 행사가 열려 2천여명이 오송을 찾기도 했다.

오송역은 또한 국무총리를 비롯 장·차관 등 고위 행정관료들의 발길이 잦기도 하다. 오송역은 국내 최고의 행정관료와 보건복지 인재들이 드나드는 유일한 길목이다. 영남과 호남에서 하나의 꼭지점인 오송으로 모이고 있다.

여기에 오송역이 특별해야 할 답이 있다. 안타깝게도 오송역에는 충북이 잘 안보인다.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이 선뜻 눈에 띄지 않는다. 3% 언저리에서 4% 경제실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충북의 노력을, 지역발전을 위한 11개 시·군 지자체의 절박함이 오송역에선 보이지 않는다. 생거진천, 복지증평, 자치옥천, 관광보은 등등 자랑거리가 넘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바이오 산업이 충북의 100년 먹거리 산업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면 오송역은 바이오역이 되어야 한다.

오송(五松)이라는 지명에 걸맞게 소나무 향이 그윽하게 뿜어나오는 역을 만들면 어떨까. 나아가 송편이나 소나무 인형, 베개 등 공예품을 만들어 팔고, 세계 최고의 소나무 분재 전시회도 개최하자. 아니면 그동안 바이오엑스포에서 거둔 최고의 결실을 오송역에 설치하자. 바이오대학원 과정을 오송역사내에 개설하는 것은 어떨까. 가끔 작은 음악회를 여는 것도 좋다. 대한민국에서 승객을 최고로 위하는 오송역만의 역문화를 만들어 세계인에게 기억되는 오송역만의 그 특별한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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