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산업화 사회 이전의 이른바 명인이나 명장의 공예나 도자기나 전통가구 작업들은 전통 예술로서의 공예를 재현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면, 현대와 같은 산업 중심 사회, 지역의 가치가 점차 커지는 이른바 세방화(Glocalization)시대에서는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창조하고 그 지역적 특성을 구분하고 특화하여 산업으로서의 공예를 견인하여야 하는 새로운 영역이 생겨났다.

각 도시마다 자신만의 문화적 특징과 산업적 특수성을 찾아내어 디자인하고 재구성하고 패션화하고 대중화하는 것, 이것이 바로 6차 산업이다. 공예도시 청주의 대표적인 자랑 중에는 70년대 만들어져 이제는 자연에 귀속되어 우리나라 강산의 일부가 된 것이 바로 대청호(大淸湖)이다. 충청인의 중요한 식수원이자 홍수조절 역할을 하고 있는 대청호는 소양호, 충주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 대청호는 충북도의 3개 지역인 청원, 보은, 옥천군의 6개면과 대전 대덕구, 동구 등으로 걸쳐있고 86개 마을이 물속에 잠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공예관'에서는 6월2일부터 25일까지 '청주 속 청주- 대청호의 사계'전이 열린다. 이번 대청호 기획전을 통하여 대청호의 사계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아름다움은 한국의 대표적 자연으로 승화 되고 있는 대청호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인공적인 유산도 세월 변화에 따라 자연에 귀속되어 아름다움으로 진화될 수 있다는 사례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이번 전시회는 청주시민들에게는 특히 청주의 자연환경을 되돌아보고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기획되었다. 대청호는 사실 생명의 핵심인 물을 공급해주는 것으로서 모든 생명체, 특히 사람들에게는 어머니의 젖줄처럼 귀중한 대청호를 우리는 따라서 생명유지의 본질로써 진정한 '청주 속 청주'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청주에 와서 가장 여러 차례 찾아가본 곳은 바로 대청호다. 충북과 청주는 유일하게 내륙에 속하여 바다에 면하지 않은 지역이기 때문에 청주의 시민들에게는 수공간(水空間)에 대한 자부심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수공간의 의미는 규모의 크고 작음에 있지 않다. 다만 일상생활을 통해 얼마나 자주 그 공간을 활용하고 바라보면서 감성의 요소로 반영하고 있는가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은상, 유치환, 박경리와 같은 문학가들이나 이중섭, 김기창, 장리석 등의 화가들 모두 바다를 노래하고 수공간에서 창작소재를 찾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왔음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6월을 맞아 '청주시한국공예관'이 기획한 '청주 속 청주- 대청호의 사계'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바로 청주의 수공간에서 생명의 의미와 근원을, 뿌리를 통한 아름다움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필자가 늘 말하는 '내륙의 육지에도 수공간의 감성이 있다'는 것을 실제 생활에서 쓰이는 공예와의 접목을 통하여 보여주고자 한다. 작가의 감성적 렌즈를 통해 생활예술로 연결하는 '리빙 토탈아트'에 접근을 시도하는 전시를 통해 지금까지 '청주시한국공예관'에서 전시된 상품과 작품들의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고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8회 이상 개최한 공예의 도시 청주만의 노력을 재조망해보고도 싶다.

남대문시장이나 인사동, 경주나 전주, 제주도나 울릉도에서도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 청주의 환경적 아름다움을 소재로, 대청호의 비경을 소재로 전국적 상품화를 시도하려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청호의 풍경을 담은 한복에서부터 공무원이 사용하는 결재판, 비망록, 머그컵과 접시도 선보이며 머플러, 손수건, 쿠션 그리고 넥타이와 명함케이스에서 마우스패드까지 거의 모든 일상생활의 영역에서 대청호의 아름다움을 청주의 이름으로 담아내려 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지역의 공예공방과 관련분야의 생산자들에게 산업으로서의 공예를 확대해 주는 기회를 마련하고 수익을 증대시키기 위한 마케팅의 방향까지도 주도해야할 업무가 바로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 앞장서야 할 과업이라는 점을 재확인할 수도 있다. 이번 기획전 '청주 속 청주 - 대청호의 사계'전시에 85만 청주시민들은 물론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의 관람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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