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유승훈 경제부장
국내 첫 '상생협력 임금공유 프로그램' 도입 임금 인상분 20% 협력사 처우개선에 쓰여 대기업이 하청근로자 지원방안 제시 '눈길'

SK하이닉스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임금인상의 일정액을 협력사 직원들의 처우개선에 활용하는 '상생협력 임금공유 프로그램'을 도입해 재계와 노동계는 물론 지역 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노사간 협의로 하청업체 직원들의 근로 여건개선에 합의한 것은 물론 친환경농산물 구입이라는 지역과 상생하는 방안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사가 도입한 '상생협력 임금공유 프로그램'은 기업의 사회적 환원을 넘어 대기업의 하청근로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재계와 노동계는 1997년 노동관계법의 날치기 처리 이후 비정규직에 대한 상생 방안을 사실상 외면해 왔다. 노동관계법 처리 이후 우리사회는 IMF 사태와 맞물려 대규모 명예퇴직과 해고 등으로 이어져 직장인들은 졸지에 영세자영업자나 비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뀌게 된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 문제는 아직까지도 재계와 노동계의 '미완의 숙제'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노조들이 같은 근로자인 하청근로자들과 상생을 위한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임금 인상분의 20%를 협력사 직원의 처우와 안전·보건 환경 개선에 지원하는 '상생협력 임금공유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그동안 일부 기업들이 이익의 일부를 협력사와 공유하는 '성과공유제'는 종종 시행해 왔지만, 노사가 임금 인상분의 일정액을 협력사에 지원하기로 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상생협력 임금공유 프로그램'은 올해 임금협상을 통해 결정된 임금 인상분 3.1% 중 직원들이 0.3%를 내면 회사가 0.3%를 추가로 지원하는 '매칭그랜트' 방식으로 이뤄진다.

임직원 입장에선 2.8%의 임금 인상 적용을 받고 인상분 나머지로는 함께 일하는 협력사 직원들을 돕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총 인건비가 1조6천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60억∼70억 원이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청주와 경기 이천사업장에 근무하는 협력사 직원 4천여 명의 임금 인상, 복리 후생 등 처우 개선과 안전·보건 환경 개선에 대한 투자비로 사용된다. 청주사업장에는 1천여명의 협력사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또 도농(都農) 협력 프로그램에 따라 농협과 다음달부터 직원들에게 1인당 연간 30만 원씩, 총 연 100억 원 규모의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해 제공할 계획이다. 임직원 복지 혜택을 늘리면서 동시에 지역 농가 발전에 도움을 준다는 취지다. 박성욱 사장은 "노사간의 이번 결정은 타이밍이 중요한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업계 리더십을 만들어 나가자는 의미와 함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모델까지 만들어 낸 의미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번 프로그램을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 모범 사례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사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05년 하청노동자들의 장기파업으로 국내 대표적 분규사업장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올들어 수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설립 이후 처음으로 청주시에 지방세 381억원을 납부하는 등 지역의 대표 기업으로 우뚝서고 있다. 특히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한 올해 이 회사는 소외계층을 위해 전통시장 상품권(15억원)을 청주시에 기탁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도 관심을 가져 지역사회에 기업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었다. 노사가 상생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SK하이닉스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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