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한국이 정말 입시 지옥일까.

그렇지 않다. 역설적이게도 한국은 오히려 '입시천국'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을 보면 답은 단박에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2% 정도로 단연 세계 1위다. 그것도 약간 높은 정도가 아니다. OECD 평균의 두 배 이상으로 현격한 차이가 난다.

여기에 등록금만 들고 가면 입학할 수 있는 대학들도 전국에 넘쳐난다. 이 정도면 세계 최고의 입시천국이 아닌가. 그런데도 너도나도 입시지옥이라고 말한다.

#세계 최고의 대학 진학률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는 입시지옥이란 말을 통계적 이해 없이 사용하거나 사회문화적 이면의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

수치적으로 보면 우리의 대학진학 경쟁은 결코 치열하지 않다. 앞서 지적했듯이, 당장 등록금만 들고 가면 입학할 수 있는 대학들이 전국적으로 널려있다. 향후 학령인구의 감소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이유는 또 있다. 사회문화적 배경이 비슷한 중국,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폴 등은 우리보다 훨씬 치열한 입시경쟁을 치른다. 마치 입시경쟁을 전투하듯 한다.

중국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명문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목숨까지 건다.

우리와 문화적 배경은 크게 다르지만 인도도 마찬가지다.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를 위해 부모들까지 나서 부정행위를 돕는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구구단을 외우지만 이들은 19단을 외운다. 수학에서 연산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미국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학생들은 하버드, 예일, 다트머스 대학 등 명문 아이비리그를 가기 위해 경쟁을 한다. 영국도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런던대학을 가기 위해 역시 치열한 경쟁을 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입시지옥이라 말하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인데 등록금만 들고 가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우리나라만 왜 입시지옥인가.

이미 알았겠지만 이는 논지를 전개하기 위한 역설적 접근이다. 사실 입시지옥이 전국의 모든 대학에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서연고', '서성한', 즉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를 가기위한 경쟁을 의미하는 말이다.

바로 이 상위권 대학을 두고 입시지옥이란 말이 성립된다. 이런 점에서 입시지옥이란 문제는 왜 서연고, 서성한에 보내려고 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학벌숭상 의식' 해결해야

당연한 얘기지만, 이들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개인의 사회적 영역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학교들은 대체적으로 상위 5%까지의 학생들이 들어가는 학교들이다. 입학할 수만 있다면 재수, 삼수를 불사하는 대상이다.

사회적 결속 네트워크도 매우 강하다. 이뿐이랴, 현실적으로 본다면 입사 시 서류전형에 가장 먼저 통과하는 대학들이다.

개인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누릴 수 있는 사회적 후광효과도 크다. 바로 이런 여러 요인들이 입시지옥을 만들어 낸다. 문제는 거슬러 올라가면 이런 문제들이 우리 사회의 학벌숭상 의식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리사회는 개인의 능력보다 학벌을 중시해 왔다. 그 결과 모든 면에서 학벌이 중심이 되는 사회 시스템이 고착화되었다.

그렇다면 입시경쟁이 치열하다는 것, 혹은 우리사회에서 통용되는 입시지옥이란 말은 학벌숭상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사실상 해결 대책이 없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결론은 여기에 있다. 우리사회가 정말 입시지옥이라면 그 이면의 학벌숭상주의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 이런 점에서 '학벌숭상주의 유죄, 입시지옥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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