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최동일 교육담당 부국장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가 첫 환자 발생 한달도 안돼 대한민국을 중증환자로 만들어버렸다. 메르스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도 그렇지만 전국을 뒤덮은 '메르스 공포'로 인해 국민들은 숨쉬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주말이면 북적이던 관광지와 도심 거리, 위락·유통시설 등은 물론 평소 젊은이들로 붐비던 유흥가마저 썰렁하기만 하다. 또한 지자체 등의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중국을 비롯해 외국에서도 한국 방문을 공개적으로 기피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제도 맥을 못춰 소비사장은 얼어붙고 국내 경기는 바닥을 치고 있다.

게다가 대형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은 직격탄을 맞아 빈사 상태이고 교육계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아 전국적으로 지역에 따라 휴업 학교가 줄을 잇고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부모들은 아이를 보내는 일로 매일매일을 고민하고 있다. 덩달아 학원들의 휴강도 속출하는 등 일선 교육현장은 메르스 확산 공포에 맥을 못추고 있다. 뒤늦게 확진환자가 발생하고 의심 대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충북지역도 지난주(3~5일)에 73곳에 이어 이번주에는 옥천과 진천의 43개 학교(유치원 포함)가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닷새간 휴업을 실시했다.

그러나 확진환자나 의심환자가 발생한 지역은 당연하지만 지난주에 이뤄진 휴업을 보노라면 휴업 진행 과정과, 무엇보다 휴업을 결정한 까닭이 마뜩지 않을 뿐더러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한마디로 막연한 공포, 우려가 전부다. 물론 그 배경에는 보건당국에 대한 불신과 정확한 정보의 부재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퍼진 유언비어나 괴담 수준의 소문만으로 학교가 휴업에 이르렀다는 것은 곰곰히 따져볼 문제다. 당시 73곳에 이르는 학교 가운데 조금이라도 실제적인 이유로 메르스 확산 우려가 제기된 학교는 단 5곳에 불과하다. 의심의 불씨가 된 초등교사 등 접촉의심 학교 외에는 메르스의 'ㅁ'자와도 연결시킬 여지가 전혀 없었다. 심지어 문제가 된 교사도 루머가 퍼졌던 당일 1차 검진에서 음성판정을 받은 만큼 조용히 지켜보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도 휴업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학부모들의 지나친 걱정과 우려를 누구도 풀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공개였지만 학교이름과 진행 상황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던 일선 학교에서 제대로 된 설명도, 진정을 시키지도 못해 근거없는 불안만 확산시켰다. 오히려 어떤 학교는 잘못된 내용을 퍼뜨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결국 과민대응 해프닝으로 끝난 사흘간의 휴업사태는 '메르스' 보다 더 무서운 '메르스 불안' 확산의 빌미를 줬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교육당국의 '예방적 차원의 휴업 검토'나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이 말한 "의학적 정보도, 대책도 없으면서 무작정 불안해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맞는 얘기다. 하지만 사회의 혼란을 부추기는 행태를 바로잡지 못하고 '면피성'으로 따라가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옳지 못하다.

불과 석달여전 서울 광화문 도심 한복판에서 주한미국대사에 대한 테러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한결같이 마크 리퍼트 대사의 의연한 대처와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 위기의 순간에 지도자의 행보나 지도자의 정책 결정은 그러해야 한다. 분명한 소신을 가지고 의연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주변에서 쏟아지는 '잡음'들을 분명한 태도로 잠재울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이 혼란스럽다 보니 믿음을 주는 의연한 지도자가 더욱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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