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논설실장·대기자

박근희(65) 삼성사회공헌위원회 부회장은 지방대 출신으로 '샐러리맨의 신화'를 쓴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불도저같은 추진력과 탁월한 역량으로 이건희 회장으로 부터 돈독한 신임을 얻어 삼성캐피탈·삼성카드 사장을 거쳐 2005년부터 중국법인 사장을 담당하면서 삼성 제품의 중국내 1위 수성과 현지 브랜드 제고 등 그룹의 중국시장 안착과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 부회장도 지냈다.

명문대를 나온 엘리트가 즐비한 글로벌 기업 삼성의 간판 CEO인 박 부회장의 모교는 청주대다. 그는 4년전 국내 정상급 멘토 들의 토크쇼 '열정樂서' 청주대 편에서 '리더십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후배들을 대상으로 강연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강연에서 "경쟁이라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숙명"이라며 "평생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능력과 열정만 있다면 지방대 출신도 얼마든지 글로벌 기업에서 CEO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도 했다. 그의 강연을 들은 까마득한 후배들은 자신감이 솟구쳐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청주대 분위기로 볼 때 재학생들은 '꿈'과 '열정'을 찾기 힘들 것이다. 박근희 같은 인재가 나올 수도 없다. 청주대가 처한 현실 때문이다. 장기적인 학내분규로 몸살을 앓던 청주대가 대학구조개혁 2단계 평가 대상에 포함된것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황신모 총장은 대학본부에 있는 집무실이 아닌 캠퍼스 구석의 임시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청주대를 상징한다. 학생회와 교수회, 직원노조는 총동문회와 손잡고 대학을 공격하고 총장을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하고 있다. 설립자 3세인 김윤배 전 총장이 지난해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명단에 포함되면서 타의로 물러난 지 1년도 안된 상황에서 청주대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모습에 도민들은 혀를 차고 있다. 이런 대학이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하위그룹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 정도다.

청주대 구성원들은 지금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게임은 두 대의 차가 마주 보고 돌진하다가 먼저 피하는 쪽이 패배한다. 어느 한쪽도 양보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게임이다. 그 게임의 진짜 패자는 누구일까. 학교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와 경청호 총동문회장도 아니고 김윤배 전 총장과 황신모 총장, 재단도 아니다. 가장 큰 상처를 입는 것은 재학생들이다. 그리고 그들을 희생자로 내모는 것은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어른들이다.

대학구조조정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계획이 반드시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지역교육 불균형이라는 말도 나오고 마구잡이식 학과통폐합 유도로 졸속행정과 대학불통이라는 비판도 쏟아진다. 그렇다고 시대적인 흐름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처럼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를 먼저 겪은 일본은 1980년대부터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국립대 법인화를 통한 민간경영제도 도입을 골간으로 진행해 89개 국립대를 법인화했고 171개 국립대를 97개로 축소했다. 또 사립대는 국가가 운영 실태를 면밀히 조사해 정상경영 곤란, 자력재생 곤란, 파탄 등 4단계로 분류해 경영개선이 불가능한 대학은 퇴출절차를 마련해 스스로 문을 닫게 했다.

박근혜 정부도 2023년까지 대학입학정원 23만명을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구조개혁에 착수했다. 청주대는 이달 말까지 중장기 발전계획, 교육과정, 특성화 등에 대한 자체평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7월에는 현장방문 평가를 받는다. 만약 하위등급인 D, E등급이 되면 재정지원참여를 제한받게 된다. 부실대학이 되는 것이다. 대학사회는 불안할수 밖에 없다. 자칫하면 간판이 내려질 수도 있다.

청주대가 누란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김윤배씨가 10여 년간 총장을 맡아오면서 '돈의 바벨탑'을 쌓은 채 대학발전과 혁신을 외면하고 장기전략은 탁상공론에 그쳤기 때문이다. 설립자 후손의 무능이 숭고한 교육이념을 가진 대학을 어떻게 추락시키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런 위기에서 청주대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컨트럴타워도 무너졌다. 범비대위가 황 총장을 끊임없이 흔들어대고 있기 때문. 학교 정상화를 도와야 할 경청호 총동문회장의 행보에 우려의 시각을 보이는 것은 수많은 동문들뿐 아니다.

불교 경전에 '毒箭(독전)의 비유'라는 말이 있다. 독화살을 맞은 사람이 화살을 뺄 생각은 하지 않고 그 화살을 쏜 자는 누구인지, 어디서 날아왔으며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해하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말이다. 청주대가 지금 꼭 그 꼴이다. 청주대가 또다시 부실대학으로 찍히면 회생이 쉽지 않다. 지금은 그 오명을 벗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어른들의 엇갈린 이해와 탐욕으로 학생들의 마음에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길까 걱정하는 것은 기자뿐만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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