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박익규 부국장 겸 세종·오송 주재

나름 이 학생을 알고 있다. 학생의 동의를 얻어 생활기록부 내용중 일부를 소개한다. 그는 어떤 학생일까. "(종합) 자신의 만족보다는 자신을 통해 가족이나 친구, 선생님 등 다른 사람들이 만족하는 것에서 더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며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를 알고 실천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학생임. 중학교때 럭비 선수로서 전국체전 금메달을 받을 만큼 힘든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면서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참고 이겨내며 공동체 생활에 있어서 화합과 조화로움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를 알고 실천함. 이러한 부분들이 기본 바탕이 되어 학교 생활에서도 규칙을 잘 준수하고 바른 언행과 행동으로 타의 모범이 되며 학급 내에서 급우들에게 인기가 많아 한 달에 한 번씩 실시하는 설문 투표에서도 여러번 칭찬하고 싶은 학생 1위로 선정되는 등 모범 그 자체라는 평을 받으며 가장 닮고 싶은 학생이라고 함. 여러 분야에 걸쳐 뛰어난 재능과 흥미를 보이고 학업 성적도 우수하여 주변으로부터 신뢰와 부러움을 받지만 항상 겸손한 자세로 부족함을 채우고자 노력하는 바른 인성을 갖춘 학생임."

다음달에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된다. 법령까지 제정하며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세계 최초라고도 한다. 학교폭력·왕따·청소년 자살 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세월호 참사로 인한 인성교육의 필요성이 입법 취지다. 앞으로 더 많은 대학에서 신입생 선발때 인성 평가를 크게 반영할 계획이기도 하다.

굳이 생활기록부를 요약 공개한 이유는 대학진학이 목표인 우리 교육의 엄연한 현실에서 학생의 인성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생활기록부를 놓고 제법 유명한 A대학 입학사정관과 몇몇 후배들의 의견을 들었다. "감동적인 학생이네요. 선생님이 아무리 잘 써준다해도 학생의 뒷받침이 없는 건 금방 느낌이 오는데 진심이 우러나네요." "단점은 하나도 없이 칭찬만 늘어놓은 것이 과연 사실일지 의심이 들어요. 배려가 되레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거나 다른 측면의 자기 과시는 아닐런지…."

"숨막힐 정도로 기계적이고 로봇같은 느낌이 들어요. 교사 입장에선 바르고, 편한 학생이겠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인성일 지는 두고 볼 일이죠."

여러분의 의견은? 요즘만큼 인성이 회자되는 때도 없다. 그렇다고 이전에 인성교육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 학교 체벌이 당연시될때만 해도 인성은 주로 싸가지로 불리었다. 과거로 거슬러 갈수록 "싸가지 없는 놈∼. 나와!" 별이 보일 정도로 빰다귀를 맞는 교실풍경은 적어도 40, 50대 이상 연배들에겐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닐게다.

지난 연말 동창행사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30주년을 기념하며 '사랑의 매'를 아끼지 않으셨던 선생님들을 모셨다. 상당한 금액을 들여 선물을 준비하고, 모교에 거액의 발전기금을 쾌척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모임에는 30년전 싸가지없다고 많이 맞은 친구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없었던 싸가지가 생긴 것일까 아니면 늦게 철이 든 것일까.

인성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고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인성은 결코 지금 시점의,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획일적인 잣대로 인성을 함부로 평가해서도 안된다.

가정과 학교, 사회의 모든 곳에서, 누구나 평생 동안 학습하고 실천해야 할 과제가 인성이다. 여러분은 어떤 학생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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