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엄기찬 사회부 기자

외식전문프렌차이즈 업체인 준코 대표와 임직원의 횡령과 탈세 수사가 세무비리로 옮겨가면서 '검(檢·검찰)의 끝'이 정·관계를 향하고 있다. 지난 3월 준코 전 직원의 충북선거관리위원회 고발로 임각수 괴산군수의 수천만원 뇌물수수 의혹으로 시작된 수사가 진행되면 될수록 비리의 덩치가 생각했던 것보다 만만치 않다.

바다 위 작은 얼음 조각이라 생각했던 것이 그 아래 엄청난 덩치를 숨긴 채 자리 잡고 있는 빙산이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고구마가 줄기에서 줄줄이 달려 나오듯' 비리에 연루된 전·현직 고위공무원이 연일 구속되거나 수사선상에 오르고 있다.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임각수 괴산군수가 지방선거 직전인 지난해 3월 한 음식점에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옥중결재'를 하는 신세가 됐다. 전 괴산경찰서장 A씨도 1억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혐의와 현직 시절 자문료 명목으로 매달 부인 명의의 통장으로 250만원을 받은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영장실질심사(구속전피의자심문)까지 받은 끝에 영장이 기각되면서 풀려나는 수난을 겪었다. 지난 12일에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검찰이 중부국세청장을 지낸 김호복 전 충주시장을 체포해 특가법상 뇌물수수와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영장이 발부되면서 김 전 시장은 당분간 옥살이를 면치 못하게 됐다.

김 전 시장의 구속 직전에는 그가 대표로 있는 세무회계법인 사무장과 국세청 직원 1명이 구속되는 등 비리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들에 앞서 준코 대표 B씨와 임직원 3명이 횡령과 탈세 혐의로 이미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고, B씨 등이 횡령한 회삿돈의 액수가 2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것을 확인한 검찰도 수사 방향을 급선회하고 230억원이라는 거액이 어디에 쓰였는지 그 흐름을 추적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또 김 전 시장이 수년 동안 준코의 세무 관련 고문으로 있으면서 탈세를 도운 대가로 10억원대의 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세부비리가 김 전 시장 혼자서는 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고 국세청 전·현직 고위공무원 등이 연관됐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특히 1997년 작은 가게로 출발했던 준코가 불과 10여 년 만에 전국에 음식점과 노래방과 같은 수십개의 가맹점을 운영하고, 나이트클럽과 유흥주점에 고급안주를 납품하는 업체로 급성장한 배경에 횡령한 회삿돈 230억원이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또 준코가 음성군과 협약까지 맺고 음성지역에 산단을 조성하려다 무산됐던 부분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는 분위기다.

이처럼 뇌물비리가 세무비리로 옮겨가고 충북의 전·현직 자치단체장까지 구속되는 등 비리의 덩치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준코비리' 수사가 최근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고 그 결과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의 상황까지 밝혀낸 검찰 수사도 칭찬할만하다. 준코 서울 본사와 괴산 중앙제조공장을 압수수색한 뒤 증거를 이미 확보해 하나둘 혐의를 밝혀냈고, 관련자를 차례차례 구속하는 등 수사가 촘촘하고 세밀했다.

검찰이 강력한 수사의지로 비리의 끝에 달린 '마지막 고구마'까지 캘 수 있을지, 그 마지막 썩은 고구마의 덩치가 얼마나 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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