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인섭 정치행정부장 겸 부국장

이언구 충북도의회 의장의 처신이 부쩍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본래 지방의원이라는 자리가 선거구 주민의 입맛을 맞춰야 하는 데다 거대 집행부와의 틈바구니에서 좋은 소리 듣기 어려운 자리이다. 집행기관 예산심사·의결권과 행정사무감사와 같은 권한을 쥐고 있는듯 한 이면에는 대중정치인으로서 항상 '구설'에 오를 수 있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평의원들도 이러한 데 지방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의 역할은 말할 것도 없다.

이언구 의장 얘기를 꺼낸 것은 그가 도의장 역할에 얼마만큼 무게를 두고 있는지, 의회 운영과 대집행부 관계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일정 수준을 넘은 것 아닌가 싶어서다. 도의회 안팎에서는 우선 지역구(충주2) 행사 챙기느라 의장 역할을 제쳐 놓은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만만치 않다. 정치인이 지역구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일차적으로는 '실속만 챙기는 의장'이라는 시각이 굳어질 수 있다.

의장의 이런 행보는 다수당인 새누리당 소속의원들의 결집력 저하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의회 내부에서는 후반기 의장 선출 구도와 맞물려 물밑 합종연횡이 눈에 보일 정도 인데, 여러 빌미를 제공할 소지가 크다. 일부 의원들의 입에서는 적절성과 별개로 "이래서 비청주권 의원이 의장을 맡으면 곤란하다"는 불만까지 나오는 상황이 됐다.

수개월째 지속되는 충북도와 교육청의 무상급식 예산분담 갈등 중재도 그렇다. 어찌보면 예산분담 갈등 중재는 의회의 월권일 수도 있지만, 합리적 개입과 적절한 조정력을 발휘하면 의회가 어깨를 으쓱할 수 있는 좋은 소재이다. 어제(17일) 폐회한 제340회 임시회 일정은 의회가 역할을 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양 기관 입장이 확고한 탓도 있겠지만, 다수당 새누리당 의원들이 현안에 대한 결집력을 발휘할 여건이 아니었던 상황도 크게 작용했다는 진단이 가능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소수이다 보니 그렇고, 새누리당은 갈라져 있는 의회 상황을 고려하면 다음 '장날'도 기약할 수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국회 토론회(18일)를 통해 경남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충북 MRO사업'의 당위성을 한껏 알리려던 충북도의 발목을 이 의장이 잡은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았다. 충북도가 사전협의 없이 임시회 폐회일에 일정을 잡아 통보한 문제는 있었다. 하지만, 국회 토론회를 제쳐놓고 이 지사가 본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는 식의 '몽니'를 부리다 결국 나란히 참석한 이 의장의 행보는 새누리당 소속의원들조차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언론의 비판에 대해 신경질적 태도를 넘어선 처신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지난 16일 도청 기자실을 찾아 '충북 MRO사업 토론회'와 맞물린 처신을 비판한 일부언론의 보도에 대해 그렇게 반응했다. 문제 삼은 보도의 당사자가 아니어서 일면 이 의장 말맞다나 굳이 나서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여길 수도 있다. 대응 방식 역시 이 의장 몫이다. 그러나 이런 류의 대응이 처음이 아니다. 공무원이든, 선출직 의원이됐든 공직의 영역에서 먹고사는 이들은 위치에 걸맞는 '관(冠)'을 쓰고 사는 법이다. 이 의장의 일련의 처신은 머리에 쓴 '관(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살 수 있다. 취임 1년, 임기 전반을 막 넘긴 이 의장에게 '경고음'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만만치 않아 보여 하는 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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