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청주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한 항공정비산업에 대해 지역의 관심이 뜨겁다. 그도 그럴 것이 청주공항은 2009년 국토부의 '항공정비 시범단지'와 2010년 지식경제부의 'MRO 유망거점 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지만 그 이후 별다른 결론 없이 올 연말 항공정비사업 입지 선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지역이 경쟁상대로 등장했다. 각자의 비전과 논리를 갖추고 구축된 네트워크 활용을 극대화하면서 입지 선정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많은 지역이 이 사업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지역경제발전에 대한 MRO산업의 큰 기여를 예상한다는 증거다.

사실상 국내 MRO산업 육성은 시급한 과제였다. 세계 6위의 항공운송(여객·화물) 강국이라지만 국가적 차원의 정비체계 구축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MRO기업의 가격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언급되는 시간당 평균노동비용 즉 임률이 북미 수준에 근접해 있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기술력과 사업성에서도 우려가 컸다. 이러한 결과는 연간 약 6천억 원 이상의 해외 유출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항공사가 참여하는 전문 항공정비법인 설립을 전제로 입지, 정비고, 기술력 확보 등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문 MRO기업이 구체적인 계획서를 연말까지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그간 지적된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사업계획서 작성이 입지 선정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는 MRO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정비와 관계된 인력·비용·기간·능력·시설과 사업기반, 지리적 입지 등이 적시되어야 한다. 덧붙여서 청주공항을 통해 특화될 수 있는 핵심 사안을 집중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우선 사업성과 관련한 수익모델이다. 올해 지방공항을 둘러싼 환경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늘 적자를 기록하던 11개 지방공항 중에서 청주공항은 처음으로 올해 1분기에 흑자로 돌아섰다. 주요인으로 LCC(저가항공사)의 급속한 성장, 중국 등 해외 노선 확충이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도 LCC가 여객기수의 증가를 이끌고 있다. 충북은 아시아나는 물론 세 곳의 저가항공사와 MOU를 체결하면서 초기 정비물량(129대)을 선점했다. 이로써 경제성 위주의 사업적 토대가 확인된 셈이다.

또한 지역 거점이 아니라 글로벌 허브로서의 위상이 중요하다. 국내 MRO산업을 수입 대체적 관점으로 접근해 국내 항공사들의 해외 외주를 내수화한다고 해서 사업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LCC들을 통해 내수 기반을 튼튼히 하고 중국, 일본 등의 동북아 LCC들을 '인바운드'화해서 수출주도형 MRO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지금의 LCC 거점공항으로서의 입지와 중국 등 아시아 노선 확보를 토대로 차별화해야 한다. 더불어 충북경제자유구역청 기 발족과 충북경제자유구역 지정도 장점이다.

그리고 항공정비사업의 확장가능성에 대한 잠재력이 강점이다.

2024년 세계 MRO시장은 현재 군수 위주에서 민수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를 축으로 하는 기존 틀에서 민군겸용 활용도 제고 시나리오를 상정할 때 최근 충청권을 연고로 하는 한화그룹이 군수MRO의 선도기업인 삼성테크윈을 인수했다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낭보다. 삼성테크윈이 가지고 있는 국내 운용 전투기, 헬기용 엔진 등 군용엔진 중심의 축적된 역량을 접목하는 컨소시엄은 새로운 기폭제가 될 것이다.

청주공항의 입지경쟁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국내 타 지역과의 상대적 비교우위에 만족해서는 궁극적으로 냉엄한 글로벌 MRO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보다 중요한 것은 충북의 MRO산업 육성이 국내 관련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차세대 수출챔피언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정부에 전달하는 일이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MRO산업의 미래를 위한 섬세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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