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준기 충남본부장

우리사회의 대표적인 폐습 중 하나가 '나라 돈은 눈먼 돈'이라는 잘못된 생각이다. 언제부터 이런 못된 생각이 우리 머릿속에 자리 잡았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식으로 나라 돈 거저먹기에 혈안이 된 우리 사회 곳곳의 모습을 보면 그 역사가 꽤나 오래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곳간이 줄줄 새는 현상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그다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중앙정부의 경우 세수 부족을 막기 위해 '눈먼 나라 돈' 색출에 나섰지만 이미 악성 종양처럼 온 나라에 퍼진 도덕적 불감증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고 있다. 지방정부도 각종 보조금의 투명한 집행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지만 혼탁하기는 윗물이나 아랫물이나 '도긴개긴'(도찐개찐)인 상황이다.

최근 청양군에서도 눈먼 나라 돈이 줄줄 새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도로공사가 예정된 부지에 건축허가를 내주는 바람에 국민의 혈세가 보상금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확인결과 청양군은 지난 2012년 2월 17일 대전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보령~청양 도로건설공사 실시설계 노선계획(안) 주민설명회 개최'와 관련한 협조요청 공문을 받고, 이 같은 사실을 같은 달 20일 군정 게시판에 게재했으며 27일에는 장승리 마을회관과 화성면사무소에서 각각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충청도민들은 누구나 알겠지만 청양이란 곳은 충남의 타 기초자치단체와 비교하면 그다지 넓은 곳이 못된다.

수백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큰 공사는 당연히 지역의 큰 이야깃거리가 될 수밖에 없으며 문제가 된 도로공사의 경우도 삼척동자까지는 아니어도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이슈거리였다. 그러나 청양군은 도로공사 이야기가 나온 지 6개월 후인 8월경 도로공사 부지인 화성면 신정리 산 12-7번지 등 총 4필지에 대한 건축허가 신청을 받았고 20여일 뒤인 9월 7일, 속전속결로 건축허가를 내줬다.

발 빠른 민원처리야 칭찬 받을 만하지만 청양군은 이 허가로 인해 군민들의 의심이 가득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앞서 지적했듯 10억 원이 넘는 국민의 혈세가 눈먼 나랏돈으로 전락한 것이다. 조만간 도로공사를 시작 할 수도 있는 곳에 허가를 내주는 바람에 현재 이곳에는 3채의 건물이 버젓이 들어서 있고, 지난해 5월 15일 준공돼 아직 페인트도 안 마른 상태지만 조만간 다 철거해야할 어처구니없는 신세가 됐다.

몇 천만 원의 보상금이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수십 배나 커진 것도 큰일이지만 똥오줌 못 가리는 청양군의 허가로 발생한 공정 지연에 따른 손해 또한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하는 실정이다 보니 서류상 하자가 없고, 규정에 어긋남이 없더라도 군민들로부터 좋은 소리 듣기는 애당초 틀린 일 같아 보인다. 청양군은 입만 열면 지방세 체납액 징수니 보조금 사후관리 철저니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이 나랏돈을 눈 먼 돈으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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