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윤여군 영동주재 부국장
'슈퍼감염자' 발생 17일만에 청정지역 유지
신속한 방역대책이 확산 차단·불안감 해소

국민을 공포와 불안 속에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5일동안 감염환자가 나오지 않다가 2일 183번 환자가 발생해 종식선언이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 4일째 감염자가 없었고 퇴원자 비율도 50%를 넘어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메르스 사태는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방역체계, 허술한 병원의 질병감염관리, 국민의 미성숙한 시민의식 등 총체적인 질병감염관리의 부실이 낳은 결과였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에서 전 국민을 슬픔과 비탄에 빠트렸던 생명에 대한 비윤리적이고 이기적인 행위들이 이번 사태에서도 재현됐다. 정부가 메르스 자가격리자들을 지정하고 접촉을 차단했지만 대상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따르지 않았다. 또 병원은 영리를 목적으로 방역을 소홀히 하며 감염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고 해당 지자체는 신속한 대처보다는 남탓에만 몰두하다 초기 대응에 실패하고 사회적 논란만 키웠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네덜란드의 한 마을에 사는 한스라는 소년이 댐에 작은 구멍을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밤새도록 구멍을 막아 수많은 마을사람들의 생명을 구한 이야기가 나온다. 위기의식은 배워서 아는것이 아니다. 스스로 자각하고 인지해서 즉각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옥천군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은 총체적 감염관리부실로 비난받고 있는 정부와 병원, 시민의식에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충북에서 유일하게 지난달 8일 '슈퍼 감염자'로 분류된 90번 환자가 발생했지만 옥천군은 발생 17일만에 청정지역을 유지했다. 90번 환자는 지난달 8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 전인 5월 28일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째 환자와 접촉한 뒤 10일간 옥천지역 병원과 마을회관 등을 자유롭게 드나든 것으로 밝혀져 주민들은 확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참담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김영만 옥천군수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군민들을 안심시키며 차단에 나서 메르스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경로당 303곳과 수영장 등 체육시설을 즉각 전면 폐쇄했고 141건의 각종 간담회 등 행사를 취소하는 등 신속한 방역대책을 시행한 것이 주효했다. 인근 영동군 등은 감염확산을 우려해 옥천 방문을 기피하는 등 전전긍긍했고 옥천 주민들은 확산돼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졌다. 공무원과 주민, 지역병원들의 이같은 위기의식은 신속한 대응으로 나타났고 메르스 확산 차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냈다.

공무원 150명을 동원해 밀접접촉자 1명당 2명의 공무원을 24시간 전담시켜 방문 확인을 물론 자가격리 대상자들의 공과금 납부, 약·생필품 구입 등 잔심부름도 마다하지 않고 업무를 수행하면서 주민들의 고통을 함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또 다중이용시설 휴관 일정, 예방수칙 등을 담은 옥천소식지 호외판을 1만9천가구에 배부해 주민 불안감 해소와 동참을 이끌어낸 계기를 만들어 마을단위별 자체소독에 나서게 했다. 야간에 긴급 기자회견으로 정치권과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박원순 서울시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앞으로 닥쳐올 예측불허의 사태에 대한 공포와 불안은 자신감과 신뢰감이 떨어질 때 나타난다고 했다.

작은 지자체의 뛰어난 위기의식과 신뢰감은 주민들의 불안과 공포감을 해소시켜 잠재된 저력을 발휘하게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옥천군의 대응능력을 정부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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