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엄기찬 사회부

소비자의 불신과 혼란을 일으킨 '가짜 백수오' 사태가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로 결론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왠지 개운치 않은 뒷맛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처음부터 그랬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4월 '시중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상당수가 가짜'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그 찝찝한 맛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또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는 외관상 유사하나 기원식물과 주요성분 등이 상이하다. 이엽우피소는 간독성·신경 쇠약·체중감소의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연구보고가 있고, 국내에서 식용 근거가 없는 등 식품원료로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된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추정 사례 1천733건 중 '백수오등복합추출물 제품 관련 사례가 301건(17%)으로 2위를 차지(식약처 보도자료)했다는 자료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런 발표에 백수오가 갱년기장애 개선·면역력 강화·항산화 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제품을 사먹은 소비자의 아우성과 함께 관련 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심지어 소비자 집단 소송까지 이어지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여기에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장단이라도 맞춘 것 마냥 검찰은 즉각적으로 수사에 착수했고 '백수오등복합추출물'을 공급하는 ㈜내츄럴엔도텍에 대한 압수수색과 대표 등 관련자 조사를 강도 높게 시작했다. 하지만 결론은 '무혐의 처분'이다.

검찰은 이엽우피소가 혼입될 가능성을 막기 위해 나름의 조치가 있었고 그 양이 평균 3%로 소량인 점 등을 근거로 과실만을 인정했다. 또 이엽우피소가 섞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한 '미필적 고의' 가능성도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엽우피소가 중국과 대만에서 식품원료로 사용되며 우리나라도 그 약성의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단히 말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렇게 끝날 것을 그 난리들을 쳤나 싶은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가짜 백수오' 사태로 애꿎은 진짜 백수오 재배농가만 판로가 막혀 밭을 갈아엎는 등 피해를 입고, 소비자 불신만 가져온 꼴이 됐다. '한국소비자원의 발표가 섣불렀고 무리수였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 백수오 재배 주 생산지인 충북 제천의 여러 농가를 찾아가 이야기를 들은 취재기자로 이 모든 사태의 결과가 황당할 수 밖에 없다.

우선 '한국소비자원'의 법적인 지위를 보자.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설립된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것에 문제가 없어야 하고 확실한 근거가 바탕이 된 공신력 있는 발표를 했어야 했다.

또 중국의 '중약대사전'과 '중약지(中藥志)'에는 백수오의 기원식물(起源植物)로 이엽우피소와 격산우피소(은조롱), 대근우피소가 실려 있고, 우리나라 '대한약전외 한약 (생약) 규격집'에는 기원식물로 격산우피소 즉 은조롱만 규정돼 있다. 그러니 이엽우피소가 됐건, 격산우피소가 됐건, 대근우피소가 됐건 간에 미리 진짜 백수오가 무엇인지 확인하지 못한 식품의약당국의 게으름도 문제다.

결국 '가짜 백수오' 사태는 한국소비자원의 섣부른 발표와 게을렀던 식품의약당국이 불러왔고 애꿎은 백수오 재매 농민과 소비자만 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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