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최동일 교육담당 부국장
양날의 칼 '정치적 판단' 문제해결엔 毒
도·교육청 수장 빠지고 실무에 전권을

장마철인데도 찔끔거리기만하는 빗줄기에 온 대지가 목말라하면서도 세간의 최대 관심사는 비소식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마무리단계에 들어갔다는 '메르스'도 아니다.

이런 중차대한 이슈를 제치고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다. 지난 8일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정치인 유승민의 거취 문제는 한동안 정치권을 넘어 전 국민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더니 마지막으로 모든 전국지 1면과 방송뉴스 첫머리에 사퇴표명이 실리면서 '핫 이슈'의 대미를 장식했다.

세인들이 주목한 부분은 대통령과 당내 친박세력의 직접적인 압박에도 물러서지 않았던 그가 어떤 방식으로 상황을 매듭짓는가 였다. 예상밖의 매듭 과정도 눈길을 끌었지만 가장 많은 조명을 받은 것은 역시 사퇴의 변이었다. '대한민국'을 내걸면서까지 '민주'를 강조한 그의 속내는 대통령도, 그 누구의 압박도 아닌 자신이 소속된 당의 이름으로 일이 마무리되길 바란 것이 아니었을까.

상처뿐인 자리가 된 원내대표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유승민이 선택한 것은 정치적 승부였다. '비박'의 인장이 더욱 뚜렷해지고 당내입지 약화는 물론 당내 우호세력들과의 간극이 벌어지는 것을 감수하면서 그가 얻어낸 것은 '소신'이란 이미지와 대중적인 인지도다. 정치적 판단과 정치적 승부는 이럴 때 필요하고, 결과와 관계없이 그 선택만으로도 존재가치를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정치적 판단, 정치적 승부'를 꺼낸 것은 충북에서 반년째 이어지고 있는 '무상급식 논란'을 얘기하고자 함이다.

얼마전 이시종 충북지사와 김병우 교육감이 민선 6기 취임 1주년을 맞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무상급식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데 이들은 한결같이 "갈등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비용 분담과 관련된 두 기관의 입장차이와 의견 충돌은 갈등이 아니라 일상적인 협의과정이며, 시간을 갖고 협의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밝혔다. 특히 지역사회와 언론의 우려에 대해 "너무 걱정할 일이 아니다. 기다려 달라"는 입장이다. 양측이 무상급식과 관련된 입장표명 수위를 낮춘 것은 뒤늦게라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메르스 사태가 거세진 뒤부터 수그러든 모양새지만 양 기관의 의견충돌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었다. 충돌이 길어지면서 상대방을 비난하게 됐고, 입장차이가 큰 만큼 서로를 헐뜯는 목소리가 커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무상급식 논란이 커진데에는 양 기관 수장들이 큰 몫을 했다. 수장들이 먼저 논의와 협상의 여지를 제한하면서 양측의 대립은 배수진을 친 듯 격화됐다. 이러한 모습은 시간적인 여유마저 사라지게 해 주위의 우려를 자초하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결국 양측의 충돌은 행정적인 협의와 합리적인 논의가 아닌, 정치적인 위치와 계산적인 주장으로 비쳐질 수 밖에 없었다.

정치인인 이 지사는 물론 김 교육감도 도민이 뽑은 선출직이고 정치적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원하든, 원치않든 '정치적 판단, 결정'이라는 양날의 칼을 쥐고 있다.

정치인이기에 정치적 판단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무상급식 논란을 해결하는데 정치적 판단은 오히려 독이 된다. 이제 두 수장은 논란의 전면에서 빠져야 한다. 그리고 실무진에게 전권을 맡겨야 한다. 출구전략을 써야 할 때인 것이다. 이 문제를 충분히 심도있게 다룰 공식기구도 마련된 터에, 실무선에서 도출해낸 합의를 두 수장이 함께 수용하겠다고 선언하고 뒤로 빠지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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