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인섭 정치행정 담당 부국장
다수당 새누리 의장 리더십 분열 '단초'
예결위원장 차지 여야 원내대표체제 붕괴

충북도의회는 요즘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당 원내대표였던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을 향해 퍼부은 '배신의 정치'가 '차용'될 정도로 시끄럽다. 임기 1년의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꿰차자 새정치민주연합 최병윤 원내대표가 '다수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는 비난과 함께 이언구 의장과 여당 원내대표의 행태를 꼬집으며 남긴 말이다. 같은 표현이 사용된 정치무대는 다르지만,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쪽은 '배신'이라는 용어를 택하는 방식으로 '비수'를 들이댔다.

행정부 수장 대통령 입에서 '배신의 정치'라는 말을 나오게 만든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법과 원칙, 정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는 '사퇴의 변'으로 국민들에게 '헌법정신'이 도대체 뭔지 환기라도 했다. 입법, 사법, 행정 권한이 한쪽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는 대통령제 하에서 빚어질 수 있는 권력 갈등이었고, 유 전 대표는 입법부 자존심을 지키려 했다는 모양새라도 갖추며 퇴장했다.

경향(京鄕)에 따라 정치적 갈등의 무게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 치더라도 충북도의회는 과연 어떤 가치를 위해 싸우다 '배신의 정치'라는 용어가 동원됐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가치있는 개념을 환기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정립하지는 못하더라도 스스로 구축한 조그만 가치와 질서라도 온전히 유지해야할 것인데 그렇지 않다. 도의회는 출범 4개월만이었던 지난해 11월 의회 운영 조례(위원회)에 원내대표를 신설해 양당 합의 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 원내대표제 도입은 지난해 7월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부의장 2석과 상임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 의회직을 싹쓸이하면서 빚어진 장기 파행 사태를 매듭지으려는 '고육지책'이었다. 원내대표 체제 출범은 21대 10석으로 떡 벌어진 의석차 때문에 빚어질 수밖에 없는 '힘의 논리'와 '강자 독식'의 문제점을 다소나마 보완할 수 있는 장치였다. 자리싸움을 하더라도 점잖게 하겠다는 의지로 보이기도 했다. 의회 운영에 관한 정보에 전면적으로 소외됐던 야당은 원내대표직이 도의회 운영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장치이자 갈등의 매듭을 풀 수 있는 창구였다.

그러나 안전장치는 다수당인 새누리당 내부 균열로 먼저 무너졌다. 여당 원내대표가 먼저 "신뢰할 수 없는 이 의장과 일 못하겠다"는 취지로 직책을 내던졌다. 그는 언론에 "(이 의장이)잘 할지 지켜보겠다"는 말로 마침표를 찍었다. 도의회 새누리당은 곧바로 원내대표를 새로 뽑았으나, 의장과 같은 지역구라는 점과 그간의 역할로 보면 스스로 입지를 좁혔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이런 판에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파행까지 빚어져 양당 원내대표 시스템이 과연 유지될지조차 의심스럽게 됐다. 사과를 하긴했으나, 최병윤 새정치 원내대표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 의장과 원내대표을 겨냥해 '사기꾼한테 속았다'는 표현을 할 정도였다는 점을 보면 요즘 도의회가 어찌 돌아가는 지 짐작할 여지는 충분하다.

이대로라면 '야당 불참'이라는 1년 전 사태가 반복될 것이다. 여당 의원들은 전반기 의장 선출 후유증과 후반기 의장 선출 구도가 맞물려 현안마다 '2차·3차 방정식'과 같은 복잡한 셈법에 따라 움직일 게 뻔하다. 문제는 의회 내부야 그렇다 치더라도 '4분 5열'된 판에 맞춰 도민과 집행기관(충북도·도교육청)이 움직여야 하냐 말이다. 조기에 수습을 할 것인지, 갈 데까지 갈 것인지 도의회는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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