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묘백묘론으로 유명한 중국 주석 등소평이 1978년 일본을 처음 방문해 '신간센'을 탔다. 등소평은 신간센을 타자마자 눈을 감더니 도착 할 때까지 한번도 눈을뜨지 않자 기자가 "참 빠르지요?" 하고 조용히 물었다. 등소평은 "이 손바닥만한 나라에 뭐가 그리 급해서 이리도 빨리 가느냐?"고 반문했다.

일본은 당시 신간센을 통해 최첨단 철도기술을 자랑하려고 했으나 등소평 한마디에 코가 납작해졌다. 하지만 고속전철은 미국과 중국, 인도 등 광활한 면적을 가진 나라보다는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의 기술력이 앞서있다.

고속철도는 고속전기철도의 준말이다. 오늘날 바퀴식 철도 최고속도가 350km/h 이상까지 가능한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열차 최고속도 200km/h 이상으로 달리는 철도를 고속철도라 한다. 우리나라는 1992년에 프랑스 테제베(TGV)와 계약을 맺고 430.7㎞의 서울∼부산간 경부고속전철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는 독자기술로 개발한 KTX-산천이 운행된다. 이땅에 철도가 개통된지 꼭 110년만에 우리나라도 고속철도 선진국이 된 것이다.

도로인프라가 열악하고 항공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도시는 철도역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철도노선에 따라 지역간 격차가 벌어졌다. 경부선 주요도시인 수원, 천안, 대전, 대구의 눈부신 발전은 경부선과 고속도로에 힘입은 바가 크다. 사통팔달의 교통인프라가 도시를 팽창시켰다.

반면 충북은 철도교통의 사각지대였다. 대전~청주~충주~제천~단양을 잇는 충북선이 있지만 대중교통에서 철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 만약 경부선에 청주가 포함됐으면 적어도 대전만큼 도시규모가 커졌을 것이다.

이런 아쉬움이 드는 것은 당시 일제의 경부선 철도노선에 청주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유림(儒林)들은 철도를 깔면 지맥이 끊긴다며 맹렬히 반대했다고 한다. 조선말에서 일제강점기로 넘어가는 암흑의 시대에 선비들은 철도교통이 가져올 엄청난 변화의 바람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90여년이 지난뒤 고속전철시대가 도래하면서 분기역 유치에 지역인사들이 비장한 각오로 나섰다. 예전과 전혀 상반된 상황이 연출됐다. 110년 전의 선택이 지역발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 절감한 것이다. 일종의 학습효과다.

첨단기술의 집합체인 고속철도는 타 운송수단에 비해 속도와 대량수송능력, 안전성, 정확성과 환경친화성면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녹색교통 이미지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국토부는 호남선 개통으로 총 25조2천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청주 오송은 중부권 교통·물류 중심지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철도르네상스의 주역, 고속전철의 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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