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진의 사전적 의미는 상관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들의 무리를 일컫는다. 분야를 가릴 것 없이 존재하지만, 많은이들은 정치권의 보좌진을 떠올릴 것 같다.

권위주의 시대나 요즘이나 권력 이면에서 막후 역할을 하는 이들은 윗사람을 챙기는 일에 머물지 않아 '권력'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고래(古來)로 임금님보다 임금님 '문고리'를 잡고 있는 자가 '장땡'이라 하지 않던가.

'보좌진'이 '가방 모찌'로 통용됐던 시절도 있었다. 힘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정적 이미지가 쌓여서인지 속된 표현이 따라 붙었다.

봉건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가방모찌를 대신할 말은 아마 '마당쇠' 정도이지 않았을까. 좀 더 진화되고, 품격을 갖춘 '청지기'도 근접한 말이다.

일본의 최측근 비서를 가리키는 말 가운데 하나가 '짚신 모찌'이다. 주군의 짚신을 챙기는 사무라이다.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전국시대나 막부시대(幕府時代·왕을 대신해 무사정권이 통치하던 시기) 짚신모찌는 가장 신뢰받는 근접경호원이었다. 조선 침략의 원흉인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젊은시절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의 신임을 얻어 짚신모찌를 거쳤다. 결국 그는 오다가 죽자 권력을 계승했다.

몽골 칭기즈칸의 일화 중에 빠지지 않은 것도 보좌진이다. 동생처럼 여겼다는 최측근 참모 보로콜은 칭기즈칸의 침상에서 항상 국물(몽골식 고기국)을 챙겼다는 대목이 흥미를 끈다. 우리식으로 표현한다면 '해장국 모찌·국밥모찌'라 할까.

비서 역할이 커지면 권력이나 기업이나 2인자 소리를 듣기도 한다.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새정연 대표는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고, 여전히 당을 대표한다. 국회 박지원 의원은 DJ시절 왕특보, 부통령 소리까지 듣는 2인자였다. 그랬던 그는 2001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자리를 내주며 "비서는 입이 없다"는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그의 말은 보좌진들에게 '금과옥조'가 됐다.

요즘 국회에서는 가방모찌 라는 말이 옛말이 됐다. 의원 못지않은 스펙을 지닌 전문가가 많고, 정책적 역할도 커졌다.

그런데 요즘 모 국회의원 비서관이 국정감사 피감기관인 금융권에 부탁해 부친의 감자를 팔아 입방아에 올랐다.

일부 기초단체장 보좌관은 1천만원~2천만원하는 수의계약 공사 업체 선정에 끼어 들어 계약업무를 쥐락펴락해 직원들의 원성을 산다는 말까지 들린다.

전자가 '감자 비서관'이라면 후자는 '수의계약 보좌관'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류의 보좌진들 탓에 가방모찌 라는 비하표현이 잦아 들지 않는 것은 아닐까.

/ 한인섭 정치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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