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엄기찬 사회부

얼마 전 읽은 짧은 글을 소개하면 '서로 다른 마음이 맞서 뒤얽히거나 충돌하는 상태'를 뜻하는 말로 '갈등(葛藤)'이란 한자어가 있다. 우리사회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다. 그 어원을 살펴보자. '갈(葛)'은 칡을 뜻하고 '등(藤)'은 등나무를 뜻한다. 둘은 다른 대상을 감고 올라가는 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칡은 왼쪽으로 감고 올라가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고 올라간다. 칡도 그렇고 등나무도 그렇고 자신이 나가고자 하는 방향에 방해되는 대상이나 장애물이 있으면 무조건 감아 올라타려는 좋지 못한 버릇(?)을 지녔다.

이 둘이 같은 대상을 두고 만나면 어찌될까. 성질은 같은데 서로 가고자 하는 방향이 반대니 꼬일 대로 꼬이고 마구 뒤엉켜버린다. 결국 둘 모두 제 갈 방향을 잃을 뿐 아니라 각각의 모양새조차 알아보기 힘든 상태가 된다.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와 적십자 봉사회 협의회 사이가 꼭 이 꼴이다. 바로 갈등을 겪고 있다. 누가 칡이고 누가 등나무인지는 몰라도 모양새는 빼다 박았다. 적십자를 만든 '앙리 뒤낭'이 외쳤던 '인도주의'는 온데간데없고 티격태격 힘겨루기인지 자리싸움인지도 모를 만큼 반목과 대립을 보이고 있어 많은 적십자 회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한쪽에서는 '법의 심판'을 받아보자며 고소·고발을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여론의 심판'을 받아보자며 기자회견을 여는 등 점입가경이다.

인도주의의 기본은 상대를 '얼'싸안는 포옹에 있다. '얼'은 무엇인가 바로 정신이다. 서로의 정신(생각)을 끌어안는 것이다. 부디 충북적십자가 갈등을 넘어 포옹으로 그 뿌리인 인도주의의 본분만은 잊지 않길, 아니 되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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