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임은석 경제부

정부가 부동산 경기 과열로 인해 늘어나는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지난 22일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크게 세가지다. 먼저 주택 담보 대출은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 모두 나눠 갚을 것. 둘째 소득 범위 내에서 대출 취급이 이뤄지도록 은행들은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철저히 따질 것. 셋째 은행권 중심으로 돈을 빌리기 어려울 경우 상호금융권과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금융회사들의 주택담보대출 심사 방식이 담보위주에서 대출자의 상환능력 위주로 전환된다.

정부의 대책은 매우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돈 없는 서민과 저소득층은 집을 구입하지 말라는 소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이번 정책으로 다소 불편을 겪을지는 몰라도 큰 피해는 보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상황능력이 없어서 돈을 상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금을 더 활용하기 위해서다. 반면 저소득층이나 서민은 월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만기상환이나 거치상환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고려치 않고 발표한 정부의 정책은 저소득 서민으로 하여금 앞으로 집을 구입할 기회를 박탈하고 집을 못 사게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회 초년병들에게 집을 구입하려면 더 좋은 직장을 갖고 더 많은 월급을 받아 상황능력을 키우라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취업난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경제 상황속에서 주택 구입의 꿈을 가로막는 정책이 아닌 지원 방안을 다시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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