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기획 르포] 한국 학생들 역사기행 6박7일 대장정뤼순 감옥, 압록강 철교, 광개토대왕비, 백두산 … 분단된 조국 현실·새로운 역사인식 계기

광복 70주년, 백두산 천지가 열리다일제 강점기의 풍파를 이겨내고 맞이한 광복 70주년. 민족정기가 깃든 백두산 천지가 열리고 있다. 비바람이 지나가고 구름으로 뒤덮였던 천지가 한순간에 모습을 보여주자 사람들은 환호한다. 아마도 광복을 맞이하는 그날의 모습도 이렇듯 벅찬 가슴으로 맞이하는 기쁨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이름 한 자 남기지 못하고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애국선열들의 독립정신과 희생으로 지켜낸 조국 광복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김용수 / 백두산 천지

대한민국 청소년 17명이 단재 신채호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중국 역사기행에 나섰다. 이번 기행은 6박7일간 일정으로 다롄 뤼순감옥을 시작으로, 단둥, 지안, 통화, 백두산, 용정, 연길, 도문까지 압록강을 하류부터 거슬러 올라가 두만강에 도달하는 장장 1천200여㎞를 이동하는 대장정이다.

여기에 다시 지린성 수부인 장춘에서 단재 선생이 15년간 생활한 베이징까지 이동하는 등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한다.

출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중국 다롄 현지의 집중 폭우로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첫 답사지인 뤼순 감옥은 강의로 대신했다.

뤼순 감옥은 단재 선생이 1928년 5월 대만에서 일본 경찰에 체포된 뒤 10년 형을 받고 1936년 옥사한 곳이다. 1909년 러시아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곳도 이곳이다. 주로 한국과 중국, 러시아인 등이 많이 수감되었고 1906∼1936년 사이 수감자는 연간 약 2만여명에 달한다. 독립 막바지인 1942∼1945년 8월 사이에만 700여명의 수감자가 처형당하기도 했다.

첫날 밤늦게 숙소에 도착해 이튿날 일찍 단둥의 압록강 철교를 찾았다.

1911년 미국의 지원으로 일제에 의해 세워진 압록강 철교는 한국전쟁중인 1950년 11월8일 미군의 의도된 폭격으로 끊어진 채 65년이 지나고 있다. 바로 옆으로는 신압록강 철교가 1943년 일제에 의해 세워져 현재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고 있다.

학생들은 압록강 철교에서 분단의 아픔을 이렇게 말했다.

윤기범(운호고 1년) 학생은 "맞은 편인 북한 신의주는 중국과 달리 건물도 초라하고 활기가 없는 모습"이라며 "압록강 유람선을 탔을때 작은 배를 타고 유람선에 붙어 위험하게 목숨을 걸고 물건을 팔며, 마치 동물처럼 사진에 찍히는 북한 사람의 비참한 모습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었다"고 안쓰러워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북한의 장사꾼은 유람선측이 꾸미는 조작극이었다.

정재욱(괴산고 2년) 학생은 "유람선에서 건너편 북한 주민을 처음 보니 신기하면서도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며 "중국에서만 북한에 다가설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하루 빨리 극복하고 통일을 이뤄 한민족끼리 서로의 집안을 드나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시 6시간을 버스로 이동해 고구려 유적지인 중국 지안에 도착해 집안박물관과 광개토왕비, 장수왕릉 등 고구려 유적을 둘러봤다.

단재 선생이 "집안현의 유적을 한 번 보는 것이 김부식의 고려사를 만 번 읽은 것보다 더 낫다"고 말한 곳이다.

조원기(운호고 3년) 학생은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박물관에서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주장과 설명을 보고 듣고 배운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며 "사학을 전공해 고구려 역사가 우리의 역사라는 국제적인 인정을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3일째인 10일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에 올랐다.

통화에서 5시에 출발한 버스가 오전 11시쯤 백두산 입구에 도착하자 폭우가 쏟아졌다. 천지가 보이기는 커녕 안개만이 자욱했다.

간절한 기도가 통했을까.

구름이 걷히며 천지가 열렸다. 모두들 천지개벽에 절로 감탄이 쏟아졌다.

신하늘(대성고 2년)학생은 "처음보는 천지의 절경이 너무 아름답다"며 "지금은 중국에서 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통일이 된다면 북한쪽에서 장군봉까지 꼭 오르겠다"고 했다.

4일째는 용정의 일송정과 이상설 선생 기념관, 윤동주 시인 생가를 둘러보고 오후엔 북한과의 접경지역인 도문을 답사했다.

훗날 남북통일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나승환(운호고 1년)학생은 "분단된 2개의 힘보다는 통일된 하나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대륙과 해양의 진출 기지로 세계에서도 우리 국력이 한층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답사 5일째인 12일 장춘에서 기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가고 있다. 단재 선생의 흔적을 더듬어보고 선생의 자부인 이덕남 여사를 만나게 된다.

김민석(운호고 2년) 학생은 이번 역사기행을 가볍고 무거운 여정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가볍고 들뜬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답사중 경험한 동북공정이나 국내성터가 거리 아무곳에나 놓여져 있는 것을 보고 무겁고 엄숙한 여행이 되고 있다"며 "이번 답사를 계기로 우리 역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바른 역사관이 확산될때까지 노력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익규 / 중국 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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