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톡톡톡]충주지역 여름나기 백태


올 여름 유난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곳곳에서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각종 백태가 이어지고 있다. 휴가객들은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계곡이나 해수욕장을 찾아 피서를 즐기고 일부는 해외여행을 떠나 모처럼의 휴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생업을 이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휴가는 사치나 다름없다. 이들은 더위와 눈물겨운 사투를 벌여가며 생업의 현장을 이어가고 있다.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추를 일주일이나 넘긴 8월 중순의 주말 오후.

절정을 이뤘던 무더위는 한풀 꺾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막바지 휴가를 떠난데다 아직도 30도를 넘는 무더위 때문에 시내 거리마저 오가는 사람들 없이 한산하다.

더위를 피해 찾은 충주시 연수동의 한 빙수전문점은 거의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어 대조를 이룬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반긴다. 겨우 자리를 찾아 앉았지만 30여 분 동안 자리를 뜨는 사람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삼십대 젊은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일부는 혼자 자리를 차지하고 노트북을 펼쳐놓은 채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얼음을 갈아 팥앙금과 연유, 땅콩가루를 얹은 팥빙수가 전부였지만 이제는 각종 과일빙수와 치즈빙수 등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춘 수십여가지의 다양한 빙수들이 메뉴판을 가득 채우고 있다.

카운터에서 빙수값을 지불하면서 평소 안면이 있는 주인여자에게 넌지시 물었다.

"손님이 많아 매출도 엄청나겠네요"

하지만 주인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다. 그는 "서너 명이 빙수 하나 시켜놓고 두세시간씩 앉아 있으니 자리만 채웠지 실속은 없어요"라고 한다.

에어컨이 쉴새 없이 돌아가는 이 곳은 숨이 막힐 정도로 더운 바깥과는 동떨어진 세상같다.

바로 옆에 있는 아이스크림가게 역시 많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종업원들은 빠른 손놀림으로 연실 주문받은 아이스크림을 퍼담기에 분주하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여름철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충주에서는 꽤나 유명한 충주시 단월동의 막국수집. 손님들로 붐빌 것을 예상해 점심시간 한참 전인 오전 11시30분에 이 곳을 찾았지만 이미 자리는 만원이다. 대기표를 받고 20분 정도를 기다린 후에 겨우 자리를 찾아 앉을 수 있었다.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다 주는 종업원들은 마치 기계처럼 숙련된 움직임을 보인다.

막국수를 비우는 30여 분 동안에만 자리를 차고 앉은 사람들만 수백명은 족히 돼 보였고 머릿 속으로 대충 계산해도 엄청난 매출이 예상된다.

더위를 피해 시원한 음식을 찾다 보니 이 곳 뿐 아니라 콩국수로 유명한 칠금동의 한 음식점도 여름철에는 대기표를 받아 기다려야 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또 음식 맛이 좋다고 소문난 일부 냉면집과 물회집 등도 문전성시다. 국수와 회를 젓가락으로 건져 먹은 뒤 시원한 국물을 그릇째 들이키면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원한 음식을 찾는 사람들과는 달리 뜨거운 보양음식을 먹으며 이열치열로 더위를 다스리는 사람들도 꽤나 많다.

충주시 단월동에 있는 닭죽집이나 시내에 있는 삼계탕집은 이미 손님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용산동과 봉방동, 문화동에 있는 염소탕집 등도 "여름만 되면 돈을 긁어 모은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유명하다. 연신 이마 위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가며 뜨거운 음식을 먹는 것이 고역이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이런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여름철 밤문화도 진풍경이다.

충주지역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신연수동은 낮시간대를 피해 몰려든 젊은이들로 밤만 되면 불야성을 이룬다. 주점과 음식점, 실내포장마차 등은 주로 젊은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젊은이들은 값이 저렴한 노점이나 생맥주집을 찾는다. 밤이되면 시내 수퍼 앞에 놓여 있는 빈 탁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맥주 몇병과 간단한 마른안주 하나면 야외 탁자에 둘러앉아 서너시간 이야기꽃을 피우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밤이면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피해 야외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

충주세계무술공원과 중앙탑공원 등은 밤이면 많은 사람들이 늦게까지 모여앉아 이야기꽃을 피운다. 간단한 안주와 맥주 등을 준비해 강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것은 또 다른 묘미다.

충주지역의 대표적인 여름철 관광지인 송계계곡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막바지 피서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송계계곡으로 향하는 길목은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고 야영지에는 텐트로 가득차 있다.

이처럼 더위를 피하기 위해 휴가를 떠나거나 여름철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생업을 위해 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위를 피할 방법조차 없다.

현장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더위와 맞서 싸우는 이들에게 피서는 사치나 다름없다.

오후 2시께 찾아간 충주시 용관동에 있는 한 비닐하우스 안은 말 그대로 찜통이다. 비닐하우스에 들어서자 마자 옷이 흠뻑 젖고 등줄기에는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비닐하우스 안에 걸려 있는 온도계는 무려 50도를 육박하고 있다. 이곳 저곳에서 쌈채소를 수확하는 일꾼들의 모습이 눈에 띄지만 모두들 구부린 채 서로 말한마디조차 나누지 않는다.

양계농가와 양돈농가 등 축산농가 등은 말 그대로 비상이다. 무더위에 초죽음이 된 가축들에게 연실 물을 뿌려 대느라 정신없다. 이처럼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올 여름 충주에서만 이미 수천마리의 닭들이 더위로 폐사했다.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역시 더위와 맞서 싸우고 있다.

도로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한 근로자는 "아스팔트에서 나오는 열기는 그야말로 용광로나 다름 없다"며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휴가는 먼 나라 얘기"라고 말했다. 정구철 / 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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