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때문에 하반기 순위경쟁도 점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예년 같으면 시즌 우승팀 전망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될 시기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한화이글스가 포스트시즌 마지막 티켓 인 5위가 될 수 있느냐에 이목이 쏠려있다. 한화가 구름관중을 몰고 다니는 이유다. 하지만 청주에서는 한화 경기를 더 이상 볼 수 없다. 배정된 경기가 모두 끝났기 때문이다. 올 시즌 144경기 중 청주에서 펼쳐진 경기는 고작 5경기뿐이다. 청주시가 한화 구단 측에 비로 순연된 대전홈경기를 청주에서 열리게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수용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광역자치단체 중 프로야구팀이 없는 곳은 강원과 전북, 제주, 충북이다. 그나마 강원도는 강원FC(축구), 전북은 전북현대모터스(축구)를 보유하고 있다. 제주도 제주유나이티드(축구)가 있다. 충북은 야구·축구팀이 하나도 없다. 한화가 충청연고라지만 청주를 홀대하는 것을 보면 대전의 위성도시쯤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프로야구뿐만 아니다. 청주는 프로스포츠 사각지대다. 스포츠 환경이 척박하게 된 것은 역대 충북지사와 청주시장의 마인드부족과 스포츠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들의 관료주의적인 사고에는 스포츠를 통한 경제 활성화와 시민들의 여가활용, 주민통합은 보이지 않는다. 1970년대 초반 인구 20만이 채 안됐을 때 조성했던 청주종합경기장과 야구장, 실내체육관외에 스포츠인프라 확충은 늘 제자리다. 자치단체장들이 의지도 없고 여건도 불리한데 기업들이 프로팀을 유치하겠다고 달려들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문화인프라는 어떤가. 이승훈 청주시장은 일 년 새 '경제 시장'에서 '문화 시장'으로 변신했다. 청주는 과연 문화도시일까. 아니다. 아직까지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발간한 흥덕사지가 있고 격년제로 국제공예비엔날레를 개최하고 있지만 전통을 계승한 콘텐츠와 하드웨어 측면에서 문화도시라고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청주예술의 전당에서 한번 공연하려면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할만큼 공연장도 태부족하다.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없는 도시에서 문화가 융성하긴 힘들다.

개인적인 시각이 아니다. 객관적인 수치가 말해준다. 2014 문예연감에 따르면 서울과 지방의 문화불균형 정도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지역별 문화활동 지표에서 충북은 세종과 더불어 맨 밑바닥이었다. 청주에서 주말에 갈만한 곳은 상당산성, 양성산등 인근 산과 대기업이 운영하는 영화관 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자치시 출범 2년째인 세종시는 문화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문화예술 활동이 저조한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지만 소위 문화 도시라는 청주의 수준이 이 정도라는 것은 정말 놀랍고 한심한 일이다.

그런데도 청주시 핵심목표는 인구늘리기다. 옛 청원군과 통합하기 전까지 65만 명 안팎이었던 청주 인구는 통합이후 80여만 명을 돌파했다. 청주시는 현재 84만 명인 인구를 2020년까지 10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제천시 인구를 훨씬 뛰어넘는 16만 명을 6년간 늘리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시는 청주·청원 통합으로 불붙은 각종 개발 호재에 인구 유치 정책을 추진하면 인구를 대폭 늘릴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아예 각 부서 팀장급 30명으로 '100만 인구 늘리기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 시민 삶의 질보다 도시팽창을 중시하는 청주시의 전략이 드러난다.

하지만 도시 볼륨이 커졌다고 살만한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도시가 통합하고 팽창하면서 이미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청주에선 올 들어 열거하기 민망할 만큼 전 국민의 공분을 사는 강력사건이 잇따르고 행정력누수현상으로 많은 시민들이 고통을 당했다. '청풍명월 맑은고을'이라는 도시이미지는 추락하고 있으며 도시의 정체성도 사라지고 있다. 스포츠는 사회통합에 기여한다. 우리 팀을 응원하다보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문화예술은 사람들의 마음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반면 문화예술이 척박한 땅에선 시민정서가 메마를 수밖에 없다. 건조하고 삭막한 도시에서 사는 시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지긴 힘들 것이다. 시민들에게 더 소중한 것은 '도시의 사이즈'가 아니라 '저녁이 있는 삶', '주말이 있는 삶'처럼 도시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정서적인 여유다. 주말에 갈만한 곳이 산과 영화관 밖에 없다면 삶이 얼마나 팍팍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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