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이정화 제천중앙초

중추절의 고향 행렬 모습이 일상생활로 돌아간 지금 임진각에서 북을 바라보며 '고향땅을 언제 밟아보나' 명절날을 손꼽듯이 기다리는 이산가족 상봉의 그날만이 화제의 시선으로 남겨져 있다.

1971년부터 대한적십자사의 행사로 시작돼 지난 해 5박6일, 짧은 11시간의 만남으로 또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했다. 더구나 해가 가면서 약 13만 명의 이산가족 중 6만 6천여 명의 생존자, 그 가운데 3만 5천여명이 80세 이상 고령자가 되면서 '가족상봉의 염원을 이루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는 절박함에 마음 졸이고 있다고 한다. 이 보도를 듣고 있다보니 아직도 통일을 이루지 못한 후손이 '나'라는 생각에 죄스러움과 무거운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올 실무접촉으로 이산가족 생사확인, 서신교환, 화상상봉, 상봉 정례화 등 우리 측의 요구조건이 있지만 외교적 성과로 얼마나 협의가 될지도 미지수이어서 마음만 착찹하다.

디베이트 학습시간에 통일에 대해 토의가 있었다. '통일이 힘들다면 이대로 도와가면서 살아가는 것도 좋다'라는 의견이 모아져 동조의 활동이 이어졌다. 새 시대 새 교육의 일환으로 학습자들의 개인 의견과 근거 제시는 매우 바람직하지만 '분단된 나라로 70여년을 살아온 이들은 통일의 염원이 조금 시들어지지 않았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그래서 이대로 통일 교육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들었고 '통일에 대한 교육이 새로운 시냅스를 만들어 주자'는 결심에 새로운 학습안을 구성하였다. 즉 '학습자 중심의 배움 중심 수업'을 통일에 대한 교육연극으로 재구성했다. 연극교육은 '뇌신경가소성'을 불러일으킨다. 즉 경험을 통한 내적 동기는 새로운 신경 시냅스를 만들어 새롭고 바른 생각의 고착화가 되기 때문이다.

교육연극은 주제는 '이산가족의 슬픔'이다. 먼저 '남측 어머니와 북측 아들', '북측 어머니와 남측 아들'로 역할을 정하고 그 4명에게 비밀과제를 주었다. 이산가족의 슬픔이 담긴 편지를 써오게 해 그 편지를 학습 자료로 활용했고 본 수업에서는 전체 학생을 반씩 나눠 인간스크럼(scrum)을 짜게 하였다. 그들의 역할은 비무장지대의 휴전선이다. 즉 남과 북으로 갈라서 있는 이산가족 편지를 주고받지 못하게 방해동작이다. 스크럼은 휴전선의 철조망이 되어 남과 북으로 갈라 서있는 두 모자를 못 만나게 하고 편지조차도 주고받지 못하도록 거리를 두며 방해했다. 그러나 그리움이 담긴 편지를 손에 들고 서로 건네주려는 몸부림의 슬픈 퍼포먼스는 철조망역할을 하는 스크럼대형의 거리를 점점 좁혀나갔다. 또 편지를 하나하나 낭독하는데 구구절절 그리움과 만나지 못해 애타는 마음이 가득담긴 편지내용에 몇몇이 훌쩍거렸고 급기야는 편지 낭독이 끝날 즈음 모든 학생이 울고 말았다. 정리단계에서 불후의 명곡 '누가 이 사람을…' 노래와 함께 이산가족상봉 영상자료를 보여주었다. 학습정리 후새로운 메타인지가 형성되었다. 즉 '통일은 꼭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통일 염원이 담긴 시냅스가 만들어졌다는 말이다.

"교육의 목적은 정보 습득이 아니다. 교육이란 배운 것을 잊어버린 뒤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그것이 교육이다"라고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이번 학습은 '통일을 바르게 생각하는 힘'이 되었고 '통일을 기다리는 학습자'가 되었다. 이 생생한 경험은 '통일이 힘들다면 이대로 도와가면서 살아가는 것도 좋다'라는 생각이 '우리의 민족은 반드시 통일을 이루어야만 한다'라는 바른 생각으로 바뀐 것이다. 이제 우리 학생들은 배움의 활동으로나마 이산가족 아픔을 느꼈기에 이들은 배움을 통해 통일 조국을 이룰 퍼스트무버 (first mover)가 되었다고 본다. '통일은 꼭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통일 염원이 담긴 시냅스, 이 새로운 시냅스를 지닌 이들은 조국 분단의 아픔을 알고 있는 '교사와 학생 배움 공동체'가 되었으니 통일조국은 반드시 이루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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