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지던츠컵은 그동안의 불찰을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는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대회를 잘 치르고 입대하겠다."

지난 2일 배상문(29)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2015 프레지던츠컵이라는 영예로운 무대를 앞두고 병역기피 논란에 관한 용서를 구하기 위한 자리였다. 배상문은 프레지던츠컵에서 모든 것을 쏟아낸 뒤 군에 입대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특별한 각오로 프레지던츠컵을 시작한 배상문은 약속대로 최선을 다했다. 파트너로 내정됐던 찰 슈와젤(31·남아공)이 갑작스런 컨디션 난조를 보이면서 첫날 포섬을 건너뛴 배상문은 둘째 날부터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배상문은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25)와 함께 한 포볼 경기에서 미국팀의 리키 파울러(27)-지미 워커(36)조를 1홀 차로 꺾었다. 이 과정에서 22m짜리 어프로치샷을 버디로 연결시키는 등 뛰어난 샷 감각을 뽐냈다.

포볼에서의 선전은 자신을 와일드카드로 선택한 닉 프라이스 인터내셔널팀 단장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했다. 배상문은 프라이스 단장의 지지 속에 마쓰야마 히데키(23·일본)와 셋째날 포섬과 포볼 경기에 출전, 1승1무를 거뒀다.

대회 최종일에는 주인공이 될 기회를 잡았다.

우승이 결정될 싱글매치플레이의 마지막 12번째 주자로 낙점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미국팀과 인터내셔널팀이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14.5-14.5로 팽팽히 맞서면서 배상문이 팀의 운명을 짊어지게 됐다.

17번홀까지 1홀차로 끌려가던 배상문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하나에 불과했다. 18번홀을 잡아 팀의 무승부를 이끌어내야 했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낳았다. 두 번째 샷이 그린을 앞에 두고 뒤로 밀려나자 마음이 급해진 배상문은 세 번째 샷에서 땅을 치는 실수를 범했다.

패배를 직감한 배상문은 그린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였다. 배상문은 네 번째 샷마저 홀컵을 크게 지나치자 경기를 포기했다.

배상문은 "오늘 플레이가 잘 되지 않아 조금은 화가 났다. 마지막 홀까지 끌고 왔지만 실수로 점수를 내주면서 내 실수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비록 배상문이 마지막 홀에서 실패를 맛봤지만 갤러리들은 뜨거운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마음고생을 딛고 사흘 내내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준데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군 복무를 하게 된 배상문은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 프레지던츠컵에서는 반드시 이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직도 억울하다"고 말을 이은 배상문은 "2년 뒤가 될 수도 있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4년 뒤가 될 수 있지만 프레지던츠컵에 꼭 출전하고 싶다. 다시 돌아오면 미국을 꼭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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