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일상적인 서민식당으로 자리 잡은 푸드트럭으로 미국에서 대박을 터트린 인물이 있다. 한국계 미국인 로이 최(45)다. 그는 2008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멕시코 음식에 불고기를 접목한 2달러짜리 타코를 주로 파는 '고기(Kogoi)'라는 푸드트럭으로 대박을 쳤다. 2010년 3월20일자 '타임'지는 그가 첫해 200만 달러(22억6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푸드트럭으로 '아메리카 드림'을 일구어낸 것이다.

미국에서도 푸드트럭이 성행한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성장률은 높은 편이다. 이비즈월드에 따르면 미국의 푸드트럭 시장은 작년 기준 8억2천81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 성장한 데 이어 올해는 8억5천670만 달러로 3.6%의 성장률이 전망된다. 푸드트럭 사업자도 4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푸드트럭은 단순한 뒷골목 음식점이 아니라 식당 음식에 버금가는 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들이 간편하게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푸드트럭에 몰리고 있다. 직장인들은 SNS를 통해 푸드트럭의 위치와 메뉴를 확인하는 등 다양한 정보를 서로 제공하는 마니아층도 형성돼 있다.

푸드트럭은 국내 대도시에서도 드물게 만날 수 있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장려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4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장관회의 토론에서 푸드카 제작 업체인 두리원Fnf의 사장인 배영기씨가 자동차관리법상 일반 트럭을 푸드트럭으로 개조하는 것이 불법이라면서 규제를 풀어달라고 호소해 합법화가 추진됐다.

그러나 정부나 관공서로부터 허가를 받아 영업 중인 푸드트럭은 전국에 44대에 불과하다. 매년 늘기는커녕 제자리걸음이다. 왜 그럴까. 판매장소, 시설·차량·식품위생 관련 인허가 등 과도한 운영 규제와 불법 노점 때문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개조할 수 있는 차량도 0.5톤과 1톤 화물차밖에 안돼 비좁은 공간에서 음식 조리도 힘들고 다양한 음식이 탄생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불법노점이 기승을 부리면서 자리사용료와 세금을 내는 합법적인 푸드트럭은 설자리가 없다. 더 황당한 것은 푸드트럭의 장점이 이곳저곳 옮겨가며 장사하는 것인데 정부가 판매장소를 지정하다 보니 포장마차보다도 못할 정도다. 책상에 앉아 규제만 하는 공무원들의 경직된 사고가 드러난다. 당연히 의욕적으로 푸드트럭 사업을 시작했던 젊은이들이 이런 비현실적인 규제 때문에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다.

영화 '아메리카 셰프'는 일류 레스토랑 주방장이 직장과 가정을 잃고 방황하다가 푸드트럭으로 재기에 성공하는 오뚝이 인생이 주인공이다. 푸드트럭 사업은 요리에 자신있는 청년들은 물론 사업에 실패해 실의에 빠져있는 중년층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추구하는 청·장년층 일자리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푸드트럭 활성화 방안은 이미 나와 있다. 우리나라에도 '로이 최'처럼 푸드트럭으로 꿈을 이룬 청년들과 인생역전에 성공한 중년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박상준 / 논설실장·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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