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익규 부국장겸 세종·오송주재

지난주 청주의 몇몇 곳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청주에 살면서도 겉핥기로 지나쳤던 곳을 전문가로부터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전문연수 프로그램중 하나로, 주제는 '이야기가 있는 관광' 이었다. 당초 기자들의 선호도 조사를 통해 경남 통영과 전남 해남이 압도적으로 많았음에도 불구 주제의 참신성을 높게 평가해 청주로 결정됐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 10여명의 지역언론 기자들이 참여해 2박3일간 청남대와 서문시장 삼겹살 거리, 상당산성, 수암골, 공예비엔날레장, 원흥이 두꺼비 마을을 차례로 찾았다.

물론 연수단이 방문한 곳이 청주를 대표할 장소만도 아니고, 그들이 관광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소감을 들어본 것은 적어도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고민과 애정이 남다르기에 타산지석으로 충분히 삼을 요소가 있어서다.

그들은 청주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결론적으로 참신하다고 입을 모았다. 청남대를 제외한 나머지 장소는 주어진 관광자원이라기보다는, 이야기로 포장된 발굴한 자원으로 나름 의미가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전국 어디나 쇠락해가는 전통시장을 살리려는 노력이 한결 같아서일까. 방문 장소중 삼겹살 거리에 큰 관심을 보였다.

허나 조성된 지 4년째인 청주 삼겹살 거리는 이날 야시장까지 개장했음에도 유난히 한가했다.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으로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유명세를 탄 서문동 삼겹살 거리라하기엔 지나치게 휑한 모습이었다.

삼겹살 거리 제안자 역시 점진적으로 늘던 점포수가 최근 1년 동안 더 이상 늘지 않고, 매출액도 답보상태라고 했다. 입점 업소들도 삼겹살에 국한되면서 업종의 다양성 차원에서 흥미요소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참가자의 한마디를 그대로 옮긴다. "주차하는데 애를 먹겠다", "야채가게도 없는게 영 시장 분위기가 안난다", "값싸고 맛있고 깨끗하면 손님은 온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우리 동네 삼겹살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벤트로 손님을 끌어모은데는 한계가 있다", "서민의 정감은 사라진 채 상인들만의 거리로 보인다" 등등.

우리는 이날 밤 수암골에서 청주시내 야경을 보며 차를 마신 뒤 다음날 오전, 상당산성을 산책하고 다시 수암골을 찾았다.

벽화로 유명한 전국의 여러 마을이 있지만 이곳 수암골의 골목 여행은 그림마다 정감이 있고 살아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카페 상인들과 고옥(古屋)의 주민들간 공존의 어려움에 의문을 가졌다. "좋은 얘기만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라는 해설가의 솔직한 말로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기도 했다.

위로부터 밀려 내려오는 카페촌, 관광지로 마을을 내어준 주민들의 생활 불편, 지금의 노인분들이 돌아가신 뒤 수암촌의 미래 등등 기자들의 직업병이 발동했다. 몇몇 환경운동가를 중심으로 시작된 원흥이 생태공원에 대한 설명도 흥미진진했다. 생태학습의 체험장으로서 비록 두꺼비는 볼 수 없었지만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로 진화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공예비엔날레장에선 담배공장의 변신에 감탄하고, 청남대에선 역대 대통령들에 얽힌 비화 아닌 비화를 들으려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연수를 마치며 언론인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적어도 참가자들은 외형이 아닌 주민, 공동체에 큰 관심을 보였다. 결론은 상생이다. 오는 분 반기고, 있는 분 잘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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