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익규 부국장겸 세종·오송주재

지난 일요일 아침 일찍 평소 알고 지내던 고등학교 교사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전날 본보가 진천 농다리에서 주최한 제1회 등용문 축제에 참가한 학생들의 소감문이었다. 기자가 요구한 것도 아니었다. 그 교사는 학생들이 행사에서 배우고 느낀 점을 다시 한 번 정리하도록 시킨 것이라고 했다. 그 학교는 1학년 학생중 자발적 신청을 받은 결과 그중 절반인 43명의 학생들이 행사에 참가했다.

궁금했다. 과연 학생들은 본보가 심혈을 기울여 첫 주최한 행사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등용문 진로축제에서 만난 대학생들의 활기와 자신감은 나의 현재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기회를 주었다. 단순히 공부만 잘해서 명문대에 간 것 보다 자기관리와 꿈에 대한 확실한 목표로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비전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나의 지금 등급에 머물러 내 인생을 계획하기엔 너무 이르고 더 나은 발전을 위해 모든 것에 도전하고 매일 최선을 다해야겠다."<김예지>"대학진학에 대한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난 1학년 반 학기 동안 막연하기만 했다. 그런 나에게 등용문 축제는 막연함을 확신으로 바꿔준 보람찬 기회였다. 나는 프로파일러나 소비심리학을 전공해 마케터가 되는 꿈을 갖고 있다. 중앙대 심리학과 멘토 언니와 동행하며 멀기만했던 전공에 대한 확신이 설레임으로 가깝게 다가왔다. 5천원권 교환권으로 질 좋은 농산물을 시중보다 싸게 사서 행복했다."<정유민>"오늘 하루 정말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경험을 했다. 처음 내가 안고 갔던 설렘이 축제가 끝나고 나선 그전보다 더욱 더 부풀어 있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의 고민을 같이 들어주고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주는 멘토링이 있는 등용문축제가 내년에도, 후년에도 계속 열리길 소망하고 바란다."<박수진>"원하는 학과에 맞춰서 서울의 여러 대학에서 온 멘토 언니, 오빠들과 멘토링을 할 수 있었다. 소원끈을 매달고 오솔길을 걸으며 잠시 공부나 세상만사 근심을 떨칠 수 있었다. 학교로 돌아오며 오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을 상기하면서 아직 늦지 않았다던 멘토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지게 되었다."<서시연>뭉클했다. 나름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학생들의 글을 읽으며 중부매일이 지역 교육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것 같은 자부심이 들었다. 대학생 멘토 안내와 멘토링 부스 운영을 맡은 기자는 대학생들의 여러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고등학교 동생들이 말 할 상대가 적은 것 같다"는 말이다.

부모님과 교사, 친구, 형제자매가 있음에도 우리 학생들은 진심을 담아 학업 상담할 멘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교육현실은 어른들의 관점에선 '인성'일지몰라도 학생들에겐 '학업'이 가장 부담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등용문 축제는 비단 학업만을 떠나 멘토링을 통한 소통 측면에서 상당히 유의미한 행사였다고 자부한다. 이날 멘토(대학생)·멘티(고교생)들은 처음보는 얼굴임에도 함께 농다리를 지나고 초평호탐방길을 걸으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한 학생이 말했다. "이번 행사에서 많을 것을 듣고 보고 느끼고 깨달았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이루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용문에 오르려는 용감한 잉어같이, 나는 목표를 향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또 많은 갈래의 길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려고 한다"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는 마을에서 키운다"는 말이 있다. 등용문 축제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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