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할 무렵인 200만년 전부터 신석기가 태동할 무렵인 1만년 전까지는 4번의 빙하기와 3번의 간빙기가 있었다.
 빙하기에는 지상 온도가 섭씨 3~10도에 이르러 인구가 거의 멸종하다시피 했다. 빙하기와 빙하기 사이에는 기온이 올라가고 해수면이 높아지는 현상을 보인다. 중국대륙과 한반도는 해수면의 상승 하강에 따라 붙었다 떨어졌다.
 후기구석기인 2만년전에는 중국대륙과 한반도가 붙어 있었다. 사람은 물론 짐승의 이동도 매우 자유로웠다. 청원 두루봉 동굴에서 발견된 땅쥐의 화석은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다.
 간빙기에는 더러 아열대 현상도 보였다. 청원 두루봉 동굴에서 발견된 코끼리 상아, 하이에나, 큰원숭이 등은 열대, 아열대 등에서 서식하는 동물군이다.
 단양 구낭굴에서는 사자 이빨도 발견된바 있다. 잘 알다시피 사자는 아프리카 초원지대에서 사는 백수의 제왕이다.
 이런 동물화석으로 볼 때 아주 오랜 옛날, 간빙기 시대에는 한반도가 여러차례 아열대 지역이었음을 알 수 있다. 동물원에나 가서야 볼 수 있는 아열대 지방의 동물이 버젓이 살았었다는 여러 고고학적 증거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식물군의 섭생 양상도 그렇다. 벼는 낱알이 타원형으로 통통하게 생긴 자포니카종과 이보다 더 길쭉한 인디카종으로 대별된다. 자포니카종은 온대지방에서 많이 재배되는 볍씨이고 인디카종은 열대종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발견되는 고대 볍씨를 보면 자포니카(Japonica)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인디카(Indica)종에 속하는 볍씨도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청원 소로리는 세계 최고의 볍씨가 출토된 곳이다.
 이곳에서 나온 볍씨는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결과 1만3천년전의 것으로 중국 강서성 선인동 동굴(1만백년) 호남성 옥섬암 동굴(1만1천년)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출토 볍씨 일부는 인디카적인 요소들 띠고 있다. 이점으로 보아도 한반도의 기후 또한 인디카종이 잘 자랄 수 있는 아열대 환경이 한때 조성되었던 것이다.
 인류가 살기에 알맞은 현재와 같은 기후가 조성된 것은 약 1만전부터다. 이때부터는 마지막 빙기가 물러가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뚜렷한 금수강산이 펼쳐진 것이다.
 세월이 또 그만치 흐른 것일까. 요즘의 한반도 기후를 보면 1만년 이전의 아열대 기후로 회귀하려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여름과 겨울이 길고 봄, 가을이 짧다. 6~7월에 끝나는 장마가 8월 하순까지 계속되어 엄청난 수재를 냈다.
 장마가 종을 쳤다고 생각했다가 지각 장마에 생활터전이 송두리채 사라졌다. 도내만해도 진천, 영동, 옥천 등지가 장마와 태풍으로 쑥대밭이 되었다.
 오곡백과가 무륵 익어가는 가을들녘에 황톳물이 휩쓸고간 흔적이 을씨년스럽다. 한가위 둥근달을 바라보며 풍년농사에 감사해야할 추석이 수재민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수해복구도 이제는 기후의 변화 양상에 맞춰야 할 판이다. 이른바 아열대성 수해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지구의 온난화를 부채질한 인간의 오만을 겸허하게 반성해봐야겠다. 수재민과 함께하는 따뜻한 한가위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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