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도 놀고먹는 청년층이 얼마나 될까.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런 청년들이 2015년 기준 전체인구의 1.71%인 8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 10년동안 네배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일하지도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니트(NEET)족이라고 한다. 1990년대 경제 불황에 빠졌던 유럽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일본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고용환경이 악화돼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실업자가 늘어나면서 니트족도 증가했고 사회불안을 유발하는 사회병리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가 압축성장으로 선진국 문턱에 도달했다고 하지만 20대 취업인구중 아무일도 하지않는 니트족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나라의 미래가 걱정될 정도다. 니트족은 소비 능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늘어날수록 경제의 잠재성장력을 떨어뜨리고 국내총생산도 감소시키는 등 경제에 나쁜 영향을 주는 동시에 실업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최근 서울시가 이처럼 일하지 않는 청년들의 사회활동 의지를 북돋아주기 위해 '청년수당'을 신설해 월 50만 원을 지급하기로해 포퓰리즘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상은 만 19∼29세 청년 가운데 중위소득 60% 이하인 미취업자와 졸업 유예자로 이들중 3천명을 선발해 최장 6개월간 수당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연간 청년수당에 투입하는 예산은 90억원이다.

청년수당은 새삼스런 정책은 아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3년 이상 성남시에 거주한 24살 이하 청년들에게 매년 100만 원씩을 지급하겠다는 '청년 배당 정책'을 제시해 더 큰 논란을 빚었다. 물론 보건복지부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같은 청년수당이라도 성남시 정책은 청년 모두에게 소득 유무와 관계없이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개념이라면, 서울시 정책은 구직 의사가 있는 청년들을 선발해 취업 활동비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청년수당이 도입된다는 보도는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었다. "놀고먹는 젊고 팔팔한 청년들에게 나랏돈으로 용돈 주면 이들이 일할 생각을 하겠느냐"는 지적과 "한창 꿈 많고 열정 넘치는 젊은이들에게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는 방법을 찾아야지. 왜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려 하나?"는 비판도 나왔다.

청년수당도 또 하나의 무상복지다. 수당을 받는 청년들은 달콤할지 몰라도 세금으로 자치단체장 생색내는 것은 물론 정작 꼭 필요한 복지사업에 예산을 투입할 수 없다. 2013년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185명 등이 사실상 복지 디폴트를 선언하기도 할만큼 복지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다. 더구나 청년수당 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쉽지만 나중에 폐기하는 것은 반드시 반발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한창 일할 나이에 좌절에 빠져 '헬조선'을 외치는 청년들에겐 매월 50만원은 요긴한 돈이 되겠지만 인원과 기간을 감안하면 큰 의미는 없다. 지난해 충북대 강연에 나선 김우중 전 대우회장은 청년시절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길게 앞을 내다보면서 충실하게 실력을 쌓아가면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줘라"는 속담은 만고의 진리다. /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