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손을 제2의 뇌라고 말한다. 손을 잘쓰면 뇌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가 젓가락질을 배울때 서툴지만 반복하다 보면 결국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는다. 작은 콩 반찬도 능수능란하게 입으로 가져간다. 젓가락질은 정교한 손 동작을 훈련시켜 어린이의 두뇌 발달에도 기여한다는 것은 이미 연구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은 많지 않다. 한국 등 아시아권 7개국 뿐이다. 특히 한·중·일은 2천여 년을 넘게 젓가락을 사용해왔다. 중국 젓가락은 주로 나무 젓가락이며 길고 끝이 다소 뭉툭하다. 또 일본 젓가락은 짧고 끝이 뾰족하다. 그래서 생선 가시를 잘 발라먹을 수 있고 습한 섬나라 기후에 맞게 발전해왔다. 반면에 우리의 젓가락은 길이가 중국·일본의 중간정도이며 끝이 네모나고 무게감이 있는 금속제이다. 밥과 국물음식이 많아 숟가락과 함께 짝을 이뤄 사용한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중에서도 한민족처럼 우수하고 뛰어난 민족도 없다. 한국 양궁이 세계정상에 서고 LPGA를 휩쓸고 있는 한국여자 골퍼들 역시 정교하고 섬세한 젓가락질 유전자 때문이 아닌가 싶다.

11월 11일 충북 청주에서는 중국, 일본, 미얀마 등 전 세계 젓가락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세계 첫 젓가락 페스티벌이 열린다. 청주가 젓가락을 콘텐츠로 한 것은 생명문화도시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가 청주 옥산 소로리에서 발견됐고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인 직지가 탄생된 곳도 청주다. 때문에 금속문화와 금속수저가 크게 발달됐다.

청주 명암동에서 발견된 13세기 고려무덤에서는 제숙공의 처가 죽은 아들을 위해 만든 청동 젓가락이 출토됐다. 이 청동 젓가락에는 죽은아들이 저승에서도 굶지 않고 잘 살라는 어머니의 극진한 내용이 점각돼 있다. 고려가요 '동동'에는 "12월 분디나무로 깎은 젓가락… " 이야기가 나오는데 분디(산초)나무는 톡 쏘는 초정 약수와 깊은 연관이 있으며 청주에서 자생한다. 다 열거할 수 없지만 몇몇 콘텐츠만 봐도 청주에서 세계 첫 젓가락페스티벌이 열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현재 백제유물전시관에는 장인의 숨결이 살아있는 우리의 금속 젓가락을 비롯해 천당과 지옥 젓가락, 1억 원을 호가하는 일본젓가락 등 진기한 젓가락이 전시되고 있다. 젓가락은 그저 음식을 집는 도구가 아니다. 크리에이터 이어령 선생은 젓가락이야말로 아시아인의 문화유전자라고 말한다. 젓가락은 가락을 맞추는 생명의 리듬이고, 짝을 이루는 조화의 문화이며, 천원지방(天圓地方)의 디자인 원형이라고 강조한다.

또 젓가락은 음식과 인간의 인터페이스이며, 젓가락은 하드웨어, 젓가락질은 소프트웨어라는 것이다. 프랑스 비평가 롤랑 바르트는 젓가락은 포크와 나이프와 달리 포용성을 갖고 있으며 음식을 아이처럼 부드럽게 어르며 동양정신을 품고 있다고 말한다. 젓가락이야말로 짝의 문화, 생명의 문화, 나눔의 문화요, 아시아인의 문화유전자이다. 낙엽이 우수수 지는 늦가을 백제유물전시관을 찾아 한·중·일 3국의 다양한 문화와 동질성을 접해보기를 권한다. / 임정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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