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부장

박제국 충북도 행정부지사는 최근 지역출신 국회의원으로부터 '호통'을 들었다고 한다. 예산철 인데 왜 국회에서 보이지 않냐는 취지였다고 한다. 박 부지사는 "예산철이면 문턱이 닳도록 국회를 드나들지만 지역 예산을 챙기는 국회의원들 눈에는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이라며 예산 확보 상황을 소개했다. 정부예산 편성과 심사과정에서 자신의 지역구는 물론 충북도 단위 현안사업비를 챙겨야 하는 국회의원들은 자치단체장과 공무원들의 국회 방문을 노력의 '척도'로 간주하기도 한다. 종종 국정감사장에서 예산건의를 받는 일이 있다면 국회의원들은 '○○단체장은 국회에서 살다 시피하더라'며 핀잔을 주는 일이 흔하다.

단체장도 마찬가지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지난 9일 국회를 방문해 예산결산특별위원이자 충북 출신인 이종배·이인영 의원을 만나 8년째 보류중인 중부고속도로(오창~호법) 확장과 청주국제공항 평행유도로 설치 사업비 등 현안사업비 반영을 요청했다. 충북도의 경우 일선 직원들까지 정부부처 관계자들을 만나 사업설명과 예산을 건의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시·군 역시 다를 게 없다. '예산전쟁'인 셈이다.

설문식 충북도 정무부지사만 봐도 그렇다. 2012년 11월 부임한 그는 취임 3년을 맞아 충북도정 사상 최장수 정무부지사로 기록된다. 강릉 출신인 그가 충북에서 최장수 '정무기능'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예산'이다. 옛 재무부 기획예산담당관실에서 공직을 시작해 기획예산처와 기획재정부 근무 이력이 '장수 비결'이다. '관피아' 논란 탓에 고위관료들의 유관기관·기업 재취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기획재정부 출신 상당수가 전국 광역지자체로 유입됐다. 이들은 받아준 지자체에서 '예산 사령탑' 역할을 한다. 광역지자체들이 이들을 앞세워 예산확보 전쟁에 나서는 바람에 그는 이 지사 재선 직후 불거진 새인물 영입설을 잠재울 수 있었다. 이 지사 역시 "설 부지사를 대신할 인물이 없다"는 것으로 일찌감치 가닥을 잡았다. 예산이 인사까지 좌지우지 하는 것이다. 지자체 예산 인식은 어깨너머로 봐도 이렇다. 한마디로 치열함이 녹아있다.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이 2015년 사업비 914억원 중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규모는 3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2016년치 예산편성을 놓고 이미 갈등을 시작했다. '무상급식 예산 갈등'이 '이월사업'이 된 꼴이다. 이런 형국이 된 것은 양기관 수장이나 구성원들의 인식이 현격히 다르기 때문 아닌가 싶다. 알다시피 교육청은 예산 대부분을 법률이 정한대로 교부받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거둔 세금을 법이 정한대로 교육청에 보낸다. 예산 확보 방식이 천양지차(天壤之差)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청은 아니다 하겠지만, 충북도 입장에서보면 '치열함'이 없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충북도의회 의원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유사한 반응은 확인된다. 교육위원회 심사과정에서 예산을 '칼질' 하더라도 애써 관철하려는 모습은 흔치 않다고 한다.

무상급식 예산 분담 갈등은 양 기관의 셈법과 사정이 달라 어느 한쪽을 두둔하거나, 질타하기 어렵다. 그러나 장기간 진행된 갈등의 이면에 이런 정서가 깔려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양기관의 '인식과 태도'는 갭이 있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이월된 갈등'은 더 꼬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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