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기현 부국장겸 진천·증평주재

한국의 음식문화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젓가락은 음식이나 물건을 집을 때 사용하는 나무나 쇠붙이로 만든 한 쌍의 도구다. 젓가락(chopsticks)은 두 개의 작은 막대에 불과하지만 조화롭게 사용하려면 상당한 숙련이 필요하다. 특히 콩을 자유롭게 옮기는 한국인의 젓가락 기술은 세계적인 부러움을 사고있다.

한중일을 대표하는 공통문화인 젓가락의 역사는 3천70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1700년께로 중국 최초의 왕조인 은나라 시대 제례의식에 사용됐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수천년 동안 변하지 않고 사용되고 있는 인류의 도구인 젓가락은 각 나라의 음식 문화에 따라 나라별, 시대별로 크기, 재질, 디자인이 다르다.

젓가락의 원조인 중국은 음식이 기름지고 뜨거우며, 뼈를 발라낼 일이 많지 않다. 그리고 넓은 식탁을 사용하기 때문에 음식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멀어 삼국의 젓가락 중에서 가장 길다. 일본은 1인상 좌식 식문화가 기본이다. 그래서 생선가시를 발라먹을 일이 많고 밥그릇을 들고 먹어 끝부분이 뾰족하며, 길이도 삼국중 가장 짧다. 섬나라의 습한 환경을 고려해 녹이 슬지 않는 나무젓가락을 사용한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의 중간이다. 1인상을 기본으로 하는 좌식문화와 밥, 고기, 전 등의 무게를 견뎌야 하기 때문에 끝이 네모나고 무게감이 있는 금속제 젓가락을 사용했다. 금속제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구분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고 보존성도 높아 3국 중에 가장 많은 2천 여점의 고대 유물이 전해지고 있다.

지난 10일 '2015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된 충북 청주에서 '2015 젓가락 페스티벌'이 개막됐다. '젓가락'을 주제로 한 전시, 학술, 경연, 공연 등을 총 망라해 열린 국제행사는 청주가 최초다. 청주에서 축제가 개최된 배경은 소로리볍씨,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 세종대왕과 초정약수 등 생명 문화의 중심이자 1천점이 넘는 금속 수저 유물이 출토됐기 때문이다.

젓가락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는 특별전이다. 특별전은 5개 섹션으로 나눠 백제유물전시관에서 오는 12월 17일까지 열린다. '생명의 비밀-젓가락의 역사' 전시관은 무녕왕릉에서 출토된 수저와 청주에서 발굴된 젓가락, 일본의 유물 젓가락, 중국의 유물젓가락을 전시하고 있다. '조화와 미학-현대 창작 젓가락'과 문화의 경계-문화상품의 젓가락'에서는 현대 창작 젓가락, 삼국의 창작 젓가락, 일본 니카타와 중국 칭다오의 문화상품 젓가락을 감상할 수 있다. '생활의 발견'에서는 한중일의 국수문화를, '미래의 감동'은 배 형태의 젓가락 조형물과 폐젓가락 조형물, 젓가락과 국수를 소재로 한 회화작품 등으로 꾸며 색다른 감동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 명물 와카사누리, 고려가요 '동동'에 나오는 분디나무 젓가락, 금·보석으로 장식한 1억원 젓가락, 1m 대형 젓가락 등도 구경할 수 있다. 최근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1억원 짜리 젓가락은 한국인이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이어령 명예위원장은 지난 10일 열린 '젓가락 학술 심포지엄' 기조발제에서 "젓가락은 단순히 밥을 먹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며 "미래 아이들에게 젓가락에 담긴 한국의 DNA를 전해야 한다"고 한국 젓가락 문화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주말 자녀와 함께 백제유물관을 방문해 한국 젓가락 문화의 우수성을 가슴으로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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