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박익규 부국장겸 세종·오송 주재

지난주 둘째 아이가 수능을 치렀다. '끝날때 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지만 집에 들어오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의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 아이 말로는 다음날 학교 교실도 울음 바다였다고 한다. 서러운 수능은 그만 접고 즐거운 공부는 없을까?

지난달 30일 본지와 충북도교육청이 주최한 제3회 충북 초중고 학생 NIE 고등부 대회를 소개한다. 예선을 거친 10개 팀이 3인 1조를 이뤄 사전에 취재해 작성한 기사문을 파워포인트로 발표하는 대회다. 직업 기자로서 방청석에 앉아 학생들의 기사문 발표를 듣는게 매우 흥미로웠다. 학생들이 보여준 세상에 대한 관심거리는 어떤 것이었을까? 충북고의 '기승전' 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문제를 짚었다. 정작 교과서를 가지고 배울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한 소모적 사회논란을 스스로 결론내기 위해 팀명도 '기승전'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이들은 도내 1천명에 대한 SNS 설문조사 결과 90%의 반대 결과가 나온 근거로 '반대' 결론을 주장했다. 학생이 주체가 되어야한다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논리였다.

많은 팀들이 지역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인 것도 의외였다. 팀명을 '쾌락주의'로 지은 음성 매괴고는 음성군 감곡면과 이천시 장호원읍의 주민갈등 사례를 들어 해묵은 지역감정을 지적했다. 감곡 IC 분쟁이 장호원 시장 불매운동으로 확전되는 것을 열거하며 지역갈등을 개선하기위한 성숙된 시민의식을 강조했다. 같은 학교의 팀명 '둥우리'는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목계지역의 수변공원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지역축제와 연계한 나룻배 띄우기 등 다양한 활성화 대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충주 대원고 학생들도 월천교 주변의 쓰레기 투기 실태를 고발하고 상습불법투기 지역에 화단조성이나 분리수거대 설치, 환경정화 캠페인 등 실천가능한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올해 신설된 대소금왕고 1학년 학생들은 지난달 보물로 지정된 '단산오옥'을 금속활자 직지와 연결시키는 뛰어난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지역현안에 대해 문제제기와 대안까지 마련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기자가 본 이번 행사의 압권은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 '꽃다지' 팀의 동물학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동물보호의 실정을 취재한 기사를 꼽고 싶다. 성안길에서 시민의식을 설문조사하고 천안유기동물 보호소 취재를 통해 동물에 대한 아주 상식적인 연민조차 저버린 인간의 잔인함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발표를 맡은 한다은 학생의 감정 섞인 호소력 있는 목소리는 진지함을 넘어 감동 그 자체였다. 역시 학생기자들에게 공부는 빼놓을 수 없는 소재였다.

진천고 스티브스는 "공부'만'잘하는 나라? 부끄러운 '교육강국'" 기사 발표를 통해 OECD 학업성취도 최상위권과 대비해 청소년 삶의 만족도 최하위인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일일이 소개하지 못하지만 학생들은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청주고), 청소년 언어사용 실태(옥천고), 대한민국의 애국심(예성여고) 등 다양하고 참신한 기사를 발굴했다.

대회 후 학생들은 취재과정이 참으로 재미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결과를 떠나 머리를 맞대고 어려움을 극복하며 우정을 쌓았다고 했다.

창의적 비판과 동시에 문제해결 과정을 학생들은 충분히 즐겼다. 다시 교육을 생각한다. 새로운 것을 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렇다면 공부는 즐거워야 한다. 이날 행사에서 학생들의 환한 얼굴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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