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이 예고된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행보가 연일 비상한 관심사다. 국내 정치권은 '반기문 대망論'이 모든 이슈를 삼킨 듯 하다. 출마 여부부터 출마한다면 선택할 정당까지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당초 중국 신화통신은 조선중앙통신사 관계자의 언급을 인용해 반 총장이 이번주 중 방북할 것이라는 내용을 보도해 급박한 상황을 연출했다. 결국 유엔이 공식적 입장을 통해 밝힌 내용은 "해당 시점에는 방문하지 않지만, 논의가 진행중인 것은 맞다"는 정도로 정리됐다. UN 대변인은 반 총장이 방북사실을 직접 발표할 것이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정치권이 다시 요동치는 양상이다. 여권 관측통들은 친박 대통령 후보 출마 가능성을 제기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외치 대통령과 내치 총리로 권력을 분리하는 이원집정부제도 거론된다. 심지어 총선 후 대통령 중임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 가능성까지 나올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 정무특보였던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김무성 대표로는 차기 대선이 어렵다'는 언급은 여권의 차기 대권 구도에 상상력을 부여했다.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이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 조합 가능성을 거론한 것도 한몫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미국 방문 일정을 소화하며 반 총장과 3~4차례 이례적 면담을 가진 것도 '불쏘시개' 역할을 한 셈이다.

반 총장이 북한을 방문하면 한반도는 물론 세계가 주목하는 핵심 현안인 '북핵'에 접근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가 일정한 성과와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면 '반기문 대망論'과 '통일 대통령'이라는 시나리오는 더욱 구체화 될 공산이 크다.

그의 방북은 경제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대권 출마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이른바 '반기문 테마株'는 출렁인다. 방북 일정이 알려지자 과열 우려로 거래 중지된 주식도 나왔다. 반 총장의 대학 후배인 김상협 카이스트 초빙교수가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휴대전화 부품업체 '일야'의 경우다. 이 업체 주식은 19일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후 단기과열완화장치가 발동돼 거래 중지됐다.

요즘 양상은 2014년 11월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고문이 '반기문 대망론'을 처음 꺼낼 때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그가 "반기문 측근들이 야권 대통령 후보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애드벌룬을 띄울 때만해도 일반의 시각은 '반신반의' 했다. 그랬던 탓인지 반 총장 동생조차 "측근을 자처하는 자들은 모두 사기꾼"이라고 했다. 그가 국내정치와 거리를 둔 탓에 '착시현상'이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방북·북핵'이라는 강을 건너면 '또 다른 반기문'이 국내 정치와 맞물리지 않을까. 정치는 생물이라 한 것처럼 시시각각 흥미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많아지고 있다. 충북·충청권 역시 '반기문 테마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 한인섭 부국장 겸 정치행정부장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