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괴산 연풍면 곶감영농조합법인 가보니 …피해액만 4~5억 달해 농민들 속앓이지원금 신청도 어려워 보상도 못받아시래기·콩도 습한 날씨에 상품가치 뚝

연일 내리는 늦가을 비소식이 가뭄 해갈에는 큰 도움을 주고 있지만 곶감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는 생산량 감소의 직격탄이 되고 있다. 25일 괴산군 연풍면의 한 농가에서 말리던 감이 높은 습도를 이기지 못하고 곰팡이가 펴 썩어나가고 있다. / 신동빈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비가 쏟아지자 일각에서는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되는 '단비'라고 쉽사리 말한다. 하지만 곶감 등 과수농가들에게는 정성들여 수확한 농산물을 열매를 썩게하는 '독'이 되고 있다.

괴산군 연풍면 곶감영농조합법인 소속 25개 농가를 비롯한 감 농사를 지은 농민들에게 비는 그런 존재였다.

24일 오전 박명식 괴산 연풍감 곶감연구회 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와 함께 연풍면 적석리의 한 곶감농가를 찾았다.

박 대표는 "잦은비로 1년 농사를 망친 주민들의 상심이 커 인터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귀띔했다.

박 대표와 마을에 들어서자 곶감을 말리느라 한창 분주해야 할 동네는 조용하기 그지 없었다. 마을 중턱까지 올라 한 농가를 방문했다.

집 뒤켠에서 곶감을 손실하던 70대 농민이 달갑지 않은 얼굴로 기자 일행을 맞았다.

일행과 인사를 나눈 A씨가 안내한 집 뒤편 곶감덕장 철근에 매달아 놓은 곶감타래는 물기가 흥건했다. 땅바닥에도 홍시도 곶감도 아닌 감이 수북히 떨어져 있었다. 썩은 감 냄새가 진동했다. 떨어진 감 주변에는 하루살이 날벌레가 꼬였다.

A씨는 "하루가 멀다하고 내린 가을비 탓에 감이 꼭지부터 썩어 떨어진 것"이라며 "무른 홍시에서 과즙이 새어나와 지금 당장은 치울 수 없다"고 푸념했다. 그는 "겨울이 돼 감이 얼면 치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3~4년에 한 번 꼴로 내리는 '가을장마' 때문에 괴산군과 조합이 지원금을 제공하기도 했다. 지원금을 받은 농민들은 건조기와 대형 선풍기를 구입해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감 재배 농가 70%는 이런 혜택조차 보지 못하고 있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까다로운 가입조건을 모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절차를 갖추는 게 번거롭다보니 60~70대 농민들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결국 지원 혜택을 받은 농민은 영농조합 소속 농민 20여명 가운데 7~8명에 불과하다. 농산물재해보험도 상황은 비슷하다. 감나무는 보험 가입이 가능한 과수나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박명식 대표이사는 "감 농사를 지은 연풍면 농민들이 입은 피해액만 대략 4억~5억에 달할 것"이라며 "궂은 날씨가 원망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곶감 뿐만 아니라 한창 수확해야 할 콩도 밭에서 썩어가고 있다. '국민반찬' 대접을 받는 무청(시래기)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건조를 위해 농가 처마 밑이나 비닐하우스에 걸어놓은 무청은 그대로 썩어가고 있다.

천모씨(67·충주시 살미면)는 "일찌감치 수확해 창고 주변에 걸어 말리려던 시래기가 줄에 매달린 채 썩었다"며 "다시 수확을 하려해도 이미 때를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모씨(70·제천시 청풍면)는 "느지막이 수확하려던 서리태가 밭에서 연일 비를 맞고 있다"며 "가뭄 탓에 제대로 영글지도 못했는 데, 잦은비 때문에 수확을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김재민, 이규영·황다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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