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 TP 기업지원단장

세계적으로 찾아 볼 수 없는 급격한 경제성장을 일궈낸 대한민국, 그 이면에는 사회 전분야에 걸쳐 심각한 격차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특히 수도권 집중현상은 날로 심각해져 사회문제로 대두되기에 이르렀다.

불균형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가 행정중심복합도시로서 세종시의 출범이고, 국책기관의 지방이전 정책이다.

충북에는 오송보건의료행정타운과 진천음성혁신도시로 국책기관들이 이전을 마쳤거나 예정되어 있다.

오송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등 보건의료분야 6대 국책기관이 이전했고, 진천음성혁신도시에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법무연수원, 한국고용정보원, 국가기술표준원, 한국소비자원,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IT, 인력개발, 공공서비스부문의 7개 기관이 이전을 완료했으며 4개 기관이 이전을 예정하고 있다.

지역 혁신거점 기능을 부여받은 혁신도시와 오송보건의료타운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지역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전국대비 충북경제 4% 실현을 위해서는 국내외 기업유치뿐만 아니라 지역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성공적 안착을 통한 지역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지난 수십 년간 수도 서울에 둥지를 틀고 기능을 해왔던 기관들이 상대적으로 격차가 심한 지역으로 이전하다보니 저항도 많았고, 이전을 했을지라도 안착하는데 한계를 갖고 있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인프라 측면에서 교육·문화 활동 등의 제약과 같은 정주문제가 가장 우선한다. 세종시 건설에 따른 긍정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했지만, 근거리 생활권에 위치하고, 상대적으로 정주여건이 나은 우위성에 기인하여 인구가 오히려 유출되는 '빨대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그 자체만으로 정책의 성공으로 볼 수 없다. 해당기관의 구성원이 지역에 자리 잡고 지역의 일원으로 활동할 때야말로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맞벌이 부부의 거주지 문제와 자녀 교육을 위해 가족과 떨어져 직장생활을 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 등이 이전 기관의 인력유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방의 역량이나 실정을 외면하고, 기관의 이전에만 집중했을 뿐 인력의 실질적 정착에 대한 면밀한 대책이 없었던 것이다.

괴테는 "사람은 모름지기 매일매일 몇 곡의 노래를 듣고, 좋은 시를 읽고, 아름다운 그림을 봐야 한다. 그리고 좋은 말을 나눠야 한다"고 했다. 돈과 시간을 많이 들여서 하는 활동보다 문화생활 및 가족, 친구들과의 생활이 훨씬 만족스러운 삶으로 풍부하게 맛을 내는 조미료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오송보건의료행정타운과 진천음성혁신도시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고요하기 보다는 적막하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생기가 없다고 우려한다. 윤택한 삶을 찾아 각자의 따뜻한 둥지로 날아가고 적막한 빈 둥지만 남아 있는 것이다.

수도의 과도한 집중을 해소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일궈낸 혁신도시의 대표적 사례인 프랑스 니스의 경우 정주여건의 완성이 가장 큰 성공요인이었다.

프랑스 남부 니스 인근에 세워진 앙띠폴리스는 사이언스파크로서 산업과 문화관광을 아우르는 정주여건을 확보해 정보통신분야에서 매년 4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공적인 혁신클러스터를 형성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다.

우리의 경우도 이전 기관의 고급인력이 선호하는 고객중심의 주거·문화 환경조성, 지자체 및 산학연의 협력에 의한 혁신클러스터 형성과 같은 혁신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나아가 균형발전이라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취지에 걸맞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역인재 채용, 지역밀착형 산학연관네트워크 구축, 그리고 도민과의 상생협력 방안이 함께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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