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 선거구 획정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입 여부를 놓고 깊은 수렁에 빠졌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공직선거법 25조 제2항 별표1에 따라 선거구구역표를 위헌 확인하고 선거구 인구편차를 3대1에서 2대1로 축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헌재의 이같은 결정은 인구편차가 클 경우 발생하게 되는 투표가치의 불평등을 완화시키려는데 목적이 있다.

여야는 현행 246대 54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7석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를 7석 줄이는 지역구 253석(비례 47석)안에 잠정 합의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에도 불구, 현재 새누리당은 기존의 합의안을 고수하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제를 일부 수용한 이병석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내놓은 중재안으로 맞서 협상이 공전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비례대표 의석 배분 계산 시 54석을 대상으로 하는 현행 제도와 달리 총 의석수인 300석을 대상으로 한다. 즉, A당이 10%의 정당 득표율을 얻었을 경우 현행대로라면 5석의 비례대표 의석 수를 배정 받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는 30석을 할당 받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또 총 의석 수를 놓고 비례의석을 산출한다. 예를 들어 A당이 50%의 정당 득표율을 얻어 150석을 확보했는데, 지역구에서 130석을 얻었다면 나머지 20석을 비례대표로 채우게 된다.

지난 2002년 치러진 제19대 총선에 이 제도를 적용할 경우 여야의 의석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보면 왜 새누리당이 이 제도의 도입을 반대하는지 알 수 있다.

새누리당은 당시 42.8%의 정당득표율을 얻었다. 현행대로 3% 미만의 정당 득표율은 계산에서 제외되므로 46.12%가 돼 300석 중 138석 밖에 확보할 수 없다. 따라서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에서 지역구 127석을 확보했으므로 138석에서 127석을 뺀 11석만 비례대표 의원으로 채운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시 자유선진당 의석 수를 합해도 과반의석 확보는 어렵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당시 민주통합당이 얻은 정당 득표율이 36.45%이지만, 3% 미만 정당을 제외 시 39.29%가 됨에따라 전체 의석 118석을 얻을 수 있다. 지역구 106석을 확보한 만큼 비례대표 의석은 12석을 차지하게 된다. 또 당시 10.30%를 얻은 통합진보당은, 3% 미만 정당 제외 시 11.10%가 되어 33명의 의원을 배출하게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소수 정당에게 유리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정 의장은 내주까지 선거구획정을 마무리 해 줄 것을 양당에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만일 여야가 이달 말까지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기존 선거구 획정이 무효화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한다.

이렇게 될 경우 지난 15일 선관위에 등록을 하고 얼굴 알리기에 나선 예비후보들의 정치활동은 즉시 중단된다. 정치권의 대혼란은 불보듯 뻔하다. 일각에서는 현역의원들이 정치신인들의 얼굴 알리기를 방해하기 위해 암묵적 합의하에 선거구획정을 지연 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래서일까. 국민들이 국회를 바라보는 눈은 싸늘하기만 하다. / 임정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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