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하면 떠오르는 뮤지컬이 있다. 에바 페론의 일생을 다룬 '에비타'다. 열다섯에 집을 떠나 서른셋에 모든 것을 이루고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에바 페론.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는 1978년 그녀의 삶을 드라마틱한 가사에 담았다. 'Don't Cry For Me, Argentina'는 그녀의 조국을 전세계 팬들에게 각인시켰지만 그녀의 남편 후안 페론은 대중 정치인들의 뇌리에 박혔다. 선거때면 등장하는 포퓰리즘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1930년대 초 1인당 국민소득 세계 6위, 교역량 10위의 선진국이었다. 그러나 1946년 후안 페론이 집권하면서 자유시장 경제였던 국가 시스템을 사회주의로 돌려 기간산업을 국유화하고 외국자본을 추방했다. 노조와 빈민층을 지지층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 매년 임금을 25%씩 올렸고, 복지지출도 대폭 늘렸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공짜의 단맛에 길들여져 걸핏하면 거리로 나가서 복지 보조금을 정부에 요구하고 정치인은 나라야 망하든 말든 국민의 떼법에 굴복해 정치적인 생명을 연명해 갔다. 이때문에 그는 포풀리즘의 상징이자 아르헨티나를 후진국으로 전락시킨 장본인이 됐다. 1982년 외환위기, 2001년 디폴트 선언에 이어 다시 국가부도 위기를 맞은 배경엔 페론주의의 망령이 어른거린다.

요즘 우리나라도 일부 지자체의 선심성 정책때문에 포퓰리즘이라는 말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그는 최근 청년배당금, 무상교복, 산후조리서비스 무상제공등 3대 복지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94억원에 달하는 예산도 세웠다. 청년배당은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19∼24세 청년에게 분기당 25만원씩 연간 100만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사업이다. 모든 중학교 신입생(8천900여 명)에게 무상교복도 지원한다. 또 가구 소득에 상관없이 산모에게 2주간 공공산후조리 서비스를 무상 제공하고 민간시설을 이용하는 산모에게도 1인당 50만원 내외 비용을 지원한다. 20대(청년), 30대(젊은부부), 40대(학부형)등 세대별로 고른 혜택을 주겠다는 복지전략이 드러난다.

이 시장은 지난 2010년 6월 기자회견을 자청해 모라토리움(채무유예)를 선언한바 있다. 전임 이대협시장 시절 3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은 지하 2층 지상 9층 규모의 호화청사가 화근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시장은 그후 3년 6개월만인 2014년 말 부채 5천700억원을 다갚고 모라토리움을 졸업했다고 밝혔다. 불과 5년전 스스로 파산신청했던 성남시가 이젠 전국 지자체중 복지선진시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시장이 재정여건이 양호한데도 불구하고 모라토리움을 신청한것은 정치적인 이벤트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포퓰리즘은 선심성 정책이다. 특히 선거를 치를 때 유권자들에게 비합리적이거나, 비현실적인 퍼주기 정책을 남발하는 일이 전형적이다. 정치·사회 개혁보다는 권력유지 또는 권력창출 수단으로 악용된다. 성남시의 무상복지 3종세트는 과연 포퓰리즘일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불과 5년새 모라토리움와 무상복지가 롤러코스터처럼 변하는 행정은 좋은행정이 아닐것이라는 점이다. /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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