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한자」로 인식되던 도내 사찰에 한글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이 바람은 경전에 이어 현판 등 표기 양식으로까지 확대, 점차 대중화되는 경향을 띠고 있다.
 청주지역 불교계에 따르면 사찰 한글화 바람은 10여년전 서울 칠보사(주지 석주 스님)에서 시작됐다.
 당시 석주스님은 「大雄殿」(대웅전ㆍ본존불상을 모신 법당) 현판을 「큰법당」 순한글로 표기, 보수성향이 강한 조계종단내에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 바람이 근래들어 청주에도 상륙, 한글로 현판과 주련(柱聯)을 쓰는 사찰이 늘고 있다. 주련은 목기둥이나 벽에 장식체의 글씨를 쓰는 불교 전통양식으로, 경구나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청주시 수동에 위치한 「대한불교 수도원」(원장 보혜스님)은 몇년전 건립된 「說法殿」의 현판 글씨를 한자가 아닌 한글 「설법전」으로 달았다.
 또 주련 글씨를 한문이 아닌 한글로 써, 한문에 약한 신세대를 크게 고려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목기둥의 주련 글씨 일부를 옮기면 「어찌다 이 세상에 오시니 / 여래의 한량없는 그 모습 / 모든 중생을 안락케 하는 / 온갖 것 두루두루 비치니 / 캄캄한 번뇌없애 버리고 / 둥글고 가득찬 지혜의 해」로 되어 있다.
 이밖에 절간의 화장실은 종전 같으면 「해우소」(解憂所ㆍ근심푸는 곳)로 표기돼야 정상이나 아예한글인 「선녀용」 「선남용」으로 표시, 이용객들이 친금감을 더욱 느끼도록 하고 있다.
 수도원 관계자는 『현판이나 주련의 글씨는 한자로 쓰는 것이 품위도 있고 불교 격식에도 맞는다』며 『그러나 신도들이 모르는 내용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 한글 현판 등을 달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법주사(제 5교구 본사) 말사인 청주 명암동 화장사도 새로 건립한 「大雄寶殿」의 현판을 순한글 「대웅보전」으로 표기하는 등 한글화 바람이 크고 작은 사찰로 확산되는 추세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불교 본래의 어의(語意)가 왜곡ㆍ전달될 우려가 있고 ▶한글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글자수가 너무 많이 들어나며 ▶경전 내용이 가볍게 보일 수 있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그래도 사찰은 한자를 써야 절 분위기가 난다』고 말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신세대 불자를 생각하면 불교도 한글사용 빈도를 높히는 것은 맞다』며 『그러나 한자로 된 경전을 공부하는 것도 그 자체가 하나의 수양 과정인 만큼 일장일단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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