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민우 사회부장

해마다 12월만 되면 지역 관가, 검·경찰, 경제계 등 인사전쟁(?)을 치른다. 올해도 어김없이 12월 정기인사 폭풍이 휘몰아쳤다. '누가 나갈 것이다', '누가 승진하고, 누가 이동한다'는 '카더라'통신과 소문이 어김없이 많이 돌았다. 그래서인지, 청주시의 경우 어느 과장이 승진해 '어느 자리로 영전한다'느니, '어느 인사가 명퇴를 냈다'느니 하는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냥 궁금하기도 하려니와, '의미 있는' 소식인 만큼, 귀가 솔깃하다. 그래서 시청 복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사이에 출처 불명의 '복도통신'이 유행하고 담배를 즐기는 애연가들 사이에서는 제법 분석적인 '흡연실 통신'도 전파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승진이 안 된다고 푸념하는 이가 늘어나는 때가 바로 이 시기다. 승진은 두엄 썩듯 푹푹 썩어, 속이 문드러진 후에야 이뤄진다고 한다. 승진은 조직을 안정시킨다는 차원에서 단행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공직사회에서는 기강 확립과 분위기 쇄신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해소하는 방법이 바로 '인사'다. 윗사람이 뭘 원하는지를 간파하고 이뤄주면 인사권자도 '승진보따리'를 풀지 않을 재간이 없다.

지역 경제계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마음까지 추울 수밖에 없다. 요즘같이 구조조정 바람이 거셀 때는 모든 직장인이 역풍을 맞기 마련이다. 40살이 넘으면 퇴직을 준비하고, '45살에 정년 퇴직한다'는 '사오정'은 이미 익숙한 단어가 됐다. 그래서 스산한 요즘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회식자리에선 '퇴직 후 뭐하지'라는 단골 메뉴가 어느 때보다 더 인기란다.

50세 전후면 한창 일할 나이다. 산업 일꾼으로서 역량을 비교해도 어느 연령대에 뒤지지 않을 나이다. 60세 이상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젊은이들 못지않다. 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퇴직이 몰리면서 이들의 '인생 2모작 설계'는 이미 사회문제가 됐다. '산업의 이방인'이 되어버린 퇴직자 대부분은 가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도 다시 생계의 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래서 창업 아니면 재취업의 길을 걷기 마련이다. 하지만 치킨집 등 소규모 창업 두 곳 중 한 곳이 2년 내 문을 닫는 상황에서 '무작정 창업=바보짓' 공식은 기본 상식이 됐다.

그렇다면 재취업인데, 쉬울까? 퇴직 관련 전문가들은 퇴직 전에 재취업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어떤 이는 퇴근 후 2시간을 재취업을 준비하는 데 투자하라고 말한다. 퇴직자가 전공을 더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직장을 얻기란 '바늘구멍'만큼이나 어렵다. 일부 지자체가 재취업을 지원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으나 부실하기 짝이 없다. 재취업에 성공한다 해도 대다수 임시·일용직에 그치고 있다.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쓰레기 치우듯 폐기하는 것은 경제의 누수와 다름없다. 그들의 경륜을 기업이 다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퇴직자와 기업 수요를 연결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구직자는 넘쳐나는데, 중소기업에선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하는 인력수급 불균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식구의 가장인 이 시대의 아버지, 그 밑에 딸린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막중한 사명을 다하고 있다. 그들은 달아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지금 망연한 심정으로 집으로 돌아갈 짐을 싸고 있는 수많은 고참 공직자와 회사원 등 샐러리맨들의 고민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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