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는 흔히 재주와 '끼'를 상징한다. 장수와 지혜의 동물로도 간주된다. 인간과 가장 닮은 영장류 동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얼굴(?)'과 몸짓 자체가 보는 이들의 입가에 웃음을 안긴다. 그 익살스러움을 여느 동물에서 찾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원숭이는 출세의 상징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사대부가에서는 원숭이 그림을 선물해 과거급제를 기원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더욱 그렇다. 밑바닥에서 시작해 전국 통일을 이룬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에서 출세의 상징으로 통한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일으킨 원흉이지만, 교토 외곽 도요토미 히데요시 신사에는 승진을 기원하는 샐러리맨들과 사업 번창을 비는 이들이 줄을 선다. 원숭이를 연상케 하는 그의 외모도 한몫 한 것이다.

동물원에서나 구경할 수 있게 된 원숭이가 소와 돼지, 닭과 같은 친숙한 가축들과 나란히 '12지신 동물'에 낄 정도로 조상들의 생활문화에 깊숙이 자리잡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충북의 구석기 유적은 원숭이가 사슴이나 노루처럼 흔한 동물이었다는 사실을 확연히 증명한다.

구석기 시대 유물이 쏟아진 제천시 송학면 포전리 용두산 점말동굴(충북도 문화재 116호)에서는 꼬리원숭이 뼈가 출토돼 일반인들의 눈을 휘둥그레 하게 했다. 연세대 박물관팀은 1973~1980년 점말동굴에서 구석기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모두 4천여점의 유물을 발굴했다.

이 중에 포함된 원숭이 뼈는 요즘과는 확연히 다른 자연환경과 생태계가 존재했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줬다. 학자들은 출토 된 뼈를 분석한 결과 점말동굴에 살았던 구석기인들이 곰과 노루, 사슴과 같은 동물은 물론 하이에나, 들소도 잡아 먹었다고 추정했다.

원숭이 뼈는 청원 두루봉 동물에서도 발견됐다. 두루봉 동굴에서 나온 것은 큰 원숭이 뼈 였다. 1976년 조성진 전 충북대 교수와 연세대 박물관 이융조 수석연구관(전 충북대 교수)의 발굴 성과는 '흥수아이(5살로 추정되는 아이 뼈)'로 대표돼 동물 뼈 얘기는 가려졌다.

'흥수아이'는 원형을 유지한 약 4만년전 인류로 판명돼 학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두루봉 동굴에서는 코끼리, 코뿔소, 사자, 하이에나 뼈까지 나왔다. 28과 37속 46종의 짐승뼈는 약 20만~30만년 전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였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동굴에서는 숯과 불땐자리도 발견돼 당시 인류는 원숭이도 좋은 먹잇감으로 활용했던 점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사슴과 곰, 노루와 함께 한반도 야생을 즐겼던 원숭이는 기후변화를 감당하지 못해 이젠 동물원에서나 구경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친숙한 것은 구석기 인류의 생활과 궤를 함께 했던 '유전자'가 '뼈와 살'에 녹아있기 때문 아닐까.

2016년 병신년(丙申年)은 원숭이의 해이다. 제천 점말동굴과 청원 두루봉 동굴의 '원숭이 뼈' 이력이 남다른 신년이다.

/ 한인섭 정치행정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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