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윤여군 국장대우 겸 영동·옥천 주재

4·13 총선을 불과 90여일 남기고 정치권은 분당과 신당 창당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 가면서 민생은 뒤로 한 채 법안 처리는 안중에 없다. 여권은 내부 공천규칙 협의에만 몰두하면서 집권 여당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망각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야권 역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신당이 패권 경쟁을 벌이는 데에만 치중해 민생법안과 시급한 선거구획정 처리는 요원하기만 하다.

정당정치는 정권창출이 궁극적인 목표이기에 사투를 불사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무패신화의 전승을 거두는 장수에게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76전 64승 12무. 이순신 장군의 23전 23승의 무패신화와 견주어볼 때 위압감이 느껴지는 전적이다. 이 믿을 수 없는 전적을 이뤄낸 주인공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병법가 오기이다. 오기는 사마천의 사기 열전에 손자오기열전으로 손자병법의 저자 손자와 묶여서 소개돼 있을 정도로 중국 역사 속에서 전쟁과 관련해서는 비중있는 인물이다. 손자의 그늘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남긴 족적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손자가 손자병법을 남겼듯이 오기는 오자병법을 남겼다. 오자병법이 다른 병법서와 다른 특별한 부분은 인화(人和)를 중시했다는 점이다. 오기연저(吳起연疽)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오기가 종기를 빤다는 뜻으로 장수가 병사를 잘 돌본다는 의미이다. 손자오기열전을 보면 오기가 어떻게 병사들을 대했는지 알 수 있다. 오기는 숙식을 병사들과 했으며 고락을 함께했다.

한 병사가 종기로 고생하자 오기가 직접 입으로 그 종기를 빨아 치료했다. 그 병사의 모친은 이 일을 전해 듣고 통곡을 했다. 어떤 사람이 의아해 물었다. "그대의 아들은 병사에 불과한데도 장군이 직접 그대 아들의 종기를 입으로 빨아 치료해주었는데 어찌해 운단 말이오?"

병사의 모친은 울면서 말했다. "옛날 오기장군이 내 남편의 종기를 빨아준 적이 있었소. 이에 내 남편은 감복한 나머지 후퇴할 줄도 모르고 분전하다가 마침내 적에게 죽고 말았소. 오공이 이제 또다시 내 아들의 종기를 빨아주었으니 나는 내 아들이 어느 곳에서 죽을지 모르게 되었소. 그래서 통곡하는 것이오."

장군이 솔선수범하고 모범을 보이며 병사들과 고락을 함께하며 아픔을 보듬어 주는데 어떤 병사가 이에 감복하지 않고 따르지 않을 수 있었을까? 오기의 행적을 보면 그가 인화(人和)를 중시했다는 점과 아이러니한 일도 있다. 그는 모친이 돌아가셨음에도 대의를 위해 돌아가지 않고 3년상을 하지 않았다. 그는 아내가 적국 출신이라 정적들의 의심을 받자 아내의 목을 직접 베어버렸다.

그는 대업을 위해 천륜도 내려놓은 인물이다. 한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인화와 단결만이 조직력을 극대화 할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리더가 되면 서열구도에 스스로 갇혀 인화와 단결은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기 쉽다.

특히 동양 특유의 서열구도는 한국정치에도 여실히 나타난다. 오기는 이러한 서열구도 안에서도 자신의 높은 서열을 통해 무언가를 누리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구성원들과 똑같이 먹고 자며 아픔을 함께 나누었다. 오기는 조직의 더 높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인화(人和)라는 방법으로 조직 구성원간의 결속을 다진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더라도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그 전략과 전술은 성공할 수 없다. 혁신을 볼모로 한 분당과 신당 창당의 패권경쟁은 지지자들로부터 감동을 받지 않으면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오기가 종기를 빨았던 것처럼 진실한 관심과 배려가 감동을 주고 내부로부터 혁신에 공감하면서 인화와 결속은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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