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연말연시다. 자연스럽게 한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아쉬웠던 일, 기쁜 일들이 교차한다. 문득 묵은 때가 묻은 서랍을 뒤적여 본다.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물건들이 보인다. 새록새록 그 물건들에 대한 기억이 날 듯 말 듯 하다. 내친김에 물건들을 정리한다. 추억도 함께 정리한다. 버려야 할 물건들이 너무 많다. 오랫동안 자리만 잡고 기억에서 없어졌던 물건들.

정리의 기본은 버리는 것이다. 정리의 기쁨은 잊었던 물건들을 다시 기억하고 재사용하는 것이다. 잘 쓸 수 있는 물건들이 내박쳐둔 것을 보면서 그 동안의 무심함에 대해 자책을 해본다. 정리는 끝이 없다. 짧은 시간에 수북한 물건을 다 정리하는 건 무리다. 버려야 할 물건들을 분리수거하여 정리하고, 쓸 만한 물건들을 제 자리에 배치한다. 덩달아 마음도 개운해진다. 뭔가 나를 중심으로 물건들이 존재한다는 느낌이 든다.

새로 물건을 사들이는 것보다 있는 물건을 정리하는 게 더 의미 있다. 현대인은 물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수납할 곳이 부족할 지경이다. 대부분 정리할 시간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간을 억지로라도 내어 정리하는 것은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가. 효율적인 삶을 위해 정리는 좋은 방법이다. 오죽하면 정리 컨설턴트까지 등장했겠는가.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의지만 있으면 정리는 할 수 있다.

정리가 꼭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의미가 있을까? 아니다. 넓게 보면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쓰레기 문제, 자원 재활용 문제와 연결된다. 하루에도 엄청나게 쏟아지는 생활 쓰레기가 올바른 정리 습관으로 대폭 줄어들 수 있다. 자원 재활용 문제는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일거양득 효과가 있다.

환경적으로는 지구 오염과 무분별한 자원 낭비와 관계있다. 잘못된 정리 습관은 지구를 더럽히게 된다. 또, 쓸데없이 자원을 낭비하게 되어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하게 만든다.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물건들은 에너지가 소비되어 만들어진다.

지금 지구는 중병에 허덕이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이상 기후가 나타나고, 재난과 지진이 끊이지 않고 있다. 너덜너덜해진 지구를 지키기 위해 최근에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었다. 97년 허술한 교토의정서 이후 참으로 오랜만이다. 책임을 져야할 주요 선진국이 참여하여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였다. 협약 당사국은 온실가스 배출 억제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실천하여,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하였다. 지구환경파괴가 이슬람국가(IS)보다 더 무섭다는 심각성을 인지한 덕분이다.

지구 환경 문제는 각 개인에게 또 각자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얼마 전 기사에서 '엘리뇨 현상으로 붕어빵 장사가 안 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이는 문제다. 그렇지만 연관성 없어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이제부터라도 환경친화적인 삶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출발은 나부터 이다. 나 하나쯤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고 과소비하고 자원을 낭비해도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

또, 아무 생각 없이 편한 것만을 추구하는 생활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편할수록 지구환경을 괴롭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산업구조도 친환경적으로 바꾸고, 각종 시스템과 제도도 보완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발적인 시민의식 성장과 개인의 의식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약간 불편하더라도 환경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인간은 잘 보존된 지구 환경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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