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학문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과학의 근본으로 평가받으면서 「모든 학문의 여왕」으로 불릴 정도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학문, 수학이지만 정작 세상에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현실적으로 수학을 모르면 기업 경영이나 금융시스템을 이해하기 힘들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정보통신 기술에 대한 이해가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경영자는 경영자대로,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수학은 피할 수 없는 필수 요건이자 현대 자본주의사회 생존의 근간으로 자리잡으면서 학문 이전에 생활수단으로서도 그 영향력은 엄청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수학은 골치 아픈 학문으로 학창시절 주요 시험과목으로 성적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달렸던 것으로 인식돼 있다.
이 책은 간단하게 말해 수학이 싫은 사람들도 수학자(-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수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란 뜻뿐만 아니라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의미도 담겨있으며 수학을 좋아하고 자유롭게 응용하는 사람이란 의미로 사용했다-)가 될 수 있다며 그 해답의 첫 걸음을 제시하고 있다.
즉, 수학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어렵다는 편견 때문에 애써 수학을 외면하고 있는 일반인들에게 수학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해 주는 것이다.
특히 지금의 수학이 위기에 직면한 가장 큰 이유는 수학교육의 잘못이라고 지적하면서 읽는 이가 수학 자체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수학과 동서양의 역사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를 통해 수학의 기본개념에 접근함으로써 수학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자연스럽게 털어내 준다.
「고대 그리스 기하학의 3대 난문」, 「해(근)가 있어도 풀수 없는 방정식」에 얽힌 이야기 및 마젤란과 중국 정하의 대항해 등 흥미로운 수학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조명하면서 독자의 눈길을 이끄는 초반구성은 처음 몇장 읽다 마는 일반 수학관련 서적과 분명한 차이를 보이며 솔솔 책읽는 재미를 준다.
또한 중국과 일본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예시하면서 왜 유럽에서 근대수학이 발전했는가에 대해 설명한 부분도 흥미롭다. 토목건축물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고대 중국수학은 유럽보다 앞섰지만 「논리」와의 접목에 성공한 유럽수학에 결국 뒤질 수 밖에 없었던 사실은 수학이 단순한 숫자가 아닌 철학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형식논리학」에 대한 설명과 근대자본주의와 수학의 관계 등은 다소 책장 넘기는 속도를 떨어뜨리지만 「형식논리학의 꽃」이라는 「귀류법」에 대한 설명과 귀에 익은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의 대목에 이르면 수학이 수식이 아닌 논리만으로도 일상생활에 얼마나 많이 활용할 수 있는지 그 위력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지금까지 설명한 수학논리들을 바탕으로 일반인들이 너무나 어렵게만 느끼고 있는 경제이론들을 간명하게 설명해 주는 마지막 장이다. 케인스와 리카도, 그리고 고전학파 등 이론경제학이 흘러간 길을 따라가다 보면 의외로 경제이론이 쉽게 머릿속에 정리됨을 경험할 수 있다.
이와함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으로 마르크스의 경제학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소련붕괴의 원인을 설명한 대목이나 불교와 기독교를 넘나드는 종교 이야기 등은 책의 무게를 한결 가볍게 하고 있으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딱딱하기 쉬운 경제이론에 대한 부분을 대화체로 풀어 쓴 저자의 글솜씨 또한 「수학에세이」를 표방한 이 책의 의미를 잘 살려주고 있다.
(고무로 나오키 지음ㆍ김용운 감수ㆍ오늘의 책ㆍ1만1천원) 순천문고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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